[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 연합의 한 축인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진실 공방에 돌입했다. 권 회장의 한진그룹 명예회장 자리 요구를 두고 반도건설 측은 "조 회장이 먼저 도와달라고 요청한 후 악의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지만, 한진그룹은 즉각 "권 회장이 만남을 먼저 제안했고, 명예회장 자리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지만, 핵심은 반도건설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로 압축된다.
◇'누가 먼저 만나자 했나'…조원태 vs 권홍사 엇갈린 주장 = 16일 한진그룹은 '반도건설 측 반론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조원태 회장은 권홍사 회장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10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임패리얼팰리스 호텔에서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와달라고 만남을 요청했다는 반도건설 측 주장 자체가 거짓이라는 게 한진그룹 측 설명이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권 회장은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 후보자로 추천 △한진칼 등기임원이나 감사 선임 권한 △부동산 개발권 등 회사 경영 참여 등을 요구했다.
권 회장의 주장과 한진그룹 입장은 전혀 상반된다. 앞서 같은 날 권 회장은 한진그룹 명예회장 요구 논란이 일자 '일부 언론의 반도건설 회장 관련 기사에 대한 반론'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도와달라고 만남을 요청해놓고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과연 대기업 총수가 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대기업 총수'는 조원태 회장으로 풀이된다. 반도건설 측 역시 같은 자료에서 "권홍사 회장은 작년 고(故) 조양호 회장의 타개 이후 조원태 회장이 도움을 요청하는 만남을 먼저 요구해 몇 차례 만난 바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권 회장의 명예회장직 요구를 두고도 양측 주장은 엇갈린다. 반도건설 측은 권 회장이 조 회장을 만난 시기인 작년 12월 10일 지분율이 2~3%에 불과했기 때문에 명예회장 요청 등 경영 참여 요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지만, 한진그룹은 12월 6일자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에서 드러나듯 당시 반도건설 측 지분은 6.28%였다고 했다. 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핵심은 '허위 공시' 논란…3자 연합에 '악재' = 조 회장 측과 권 회장 측의 주장을 미뤄 볼 때 양측이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권 회장의 명예회장 요구에 대해선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다만 이는 '논란'만 될 뿐 위법성은 없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 논란이다. 애초 작년 10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기 시작한 반도건설은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해왔다. 18차례에 걸쳐 추가 지분을 늘린 이후인 1월에서야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공시했다. 조 회장과 권 회장이 만남을 가진 이후 투자 목적이 변경된 셈이다.
한진그룹 측은 "한진그룹의 성장과 발전에 전혀 일조한 바도 없으며, 오히려 불법적으로 '보유목적 허위 공시'를 한 당사자가 한진그룹 명예회장을 운운한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행위"라며 "반도건설이 경영참가 목적을 숨기고 단순투자로 허위 공시한 것은 자본시장법에서 엄격히 규율하고 있는 시장 질서를 교란해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했다.
반도건설의 행위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허위 공시로 판단되면 반도건설은 한진칼 발행주식 중 5%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오는 27일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반도건설의 의결권이 있는 8.28%의 지분 가운데 약 3.28% 지분의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의미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있는 주주명부 폐쇄 직전 지분율은 조 회장 측이 33.44%, 3자 연합이 31.98%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