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전략본부장
남주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전략본부장
남주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전략본부장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전파가 현실이 되면서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한 신속한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감염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개발되어야 하지만, 이는 상당히 많은 시일이 소요되므로 현재 많은 과학자는 과거에 사스, 메르스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던 후보물질들이 이번 코로나19 감염증에도 효능이 있는지를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 코로나19 감염증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후보물질을 찾아내었다고 할지라도 실제 환자에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또 다시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하는데, 바로 '실험동물을 활용한 독성시험 단계'와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임상시험 단계'이다.

사실 대부분의 의약품 개발단계에서 독성 및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동물실험(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은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과정이며, 아울러 이러한 단계는 신약개발 비용과 기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상당수의 신약후보 물질이 탈락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은 과거 의약품의 독성문제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대형참사들로 인해 도입됐고 이후 80여 년에 걸쳐서, 보다 안전한 의약품의 생산을 위해 지속 발전되어 왔는 바, 현재는 신약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기술적·규제적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역할과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신약개발 과정 중 가장 큰 장벽이라는 부정적 의미 또한 내포하고 있다. 즉,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반드시 극복하여야 할 과정인 것이다.

20세기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사의 발자취를 살펴본다면, 한가지 공통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과학 기술 발전은 대부분 사용자(user)가 편리해지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과학 기술 발전과 동시에 사라지고 대체되는 기술들의 주요한 특징은 대부분 이러한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매우 불편을 초래했던 기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실례로 1980·90년대 모든 IBM PC에서 사용되던 MS-DOS는 문자 입력 인터페이스를 구현한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 운영체제였지만, 굳이 수많은 명령어를 외울 필요가 없이 직관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해준 윈도가 나타나면서 신속히 사라졌다. 속도 변경 시마다 일일이 클러치를 사용해 수동으로 변속해야 했던 자동차 기어변속시스템도 현재 대부분 오토매틱 변속 시스템으로 교체됐다. 이외에도 우리들의 새벽잠을 설치게 했던 연탄보일러, 달그락 그리며 몇 개씩 걸고 다니는 열쇠, 무선 호출기와 공중전화 또한 사용자에게 훨씬 편리한 기술로 대체됐고, 최근에는 전자결제시스템의 발전으로 현금마저 곧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해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을 가장 괴롭히고 있는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 단계 또한 새로운 혁신기술의 출현으로 인하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기술로 대체될 운명을 맞을 것임이 틀림없으리라 생각된다.

만약, 이러한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보다 신속하게 보다 적은 비용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나타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신약개발 비용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 단계가 사라진다면 현재 다국적 대기업 중심의 제약산업 생태계 자체가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자력으로 임상시험 등을 진행하기 힘든 많은 벤처기업이 혁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기업으로 라이센싱 아웃을 통해 신약개발을 이어가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후단의 임상시험이 대체기술로 간소화된다면 자력으로 최종 신약 허가에까지 이를 수 있고, 이후 적절한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생산기업)의 활용을 통해서 직접 생산·유통·판매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즉, 기존의 대형 제약기업 중심의 제약시장이 소규모 혁신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신약개발 비용의 직접적인 감소와 기업간 기술경쟁 심화로 인해 최종 소비자에게 오게 되는 의약품의 가격은 현재보다 훨씬 낮아지게 될 것이다. 즉, 우수한 첨단 의약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등 누구나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수년 이상의 지난한 과정 없이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의약품을 개발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지도 모른다. 즉, 모든 의약품에 실험동물을 활용한 독성시험과 임상시험을 의무화한 미국 연방식품의약품법(Federation Food, Drug and Cosmetic Act, 1938) 80년 체제에 대한 대변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꿈같은 이야기는 과연 언제쯤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과학자마다 조금씩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학자는 수십 년 정도 이후 가까운 미래에 지금의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의 상당 부분이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또 다른 과학자들은 동물실험은 영원히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가 이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이미 착수했고, 한국도 독성연구를 주요 임무로 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 또한 수년 전부터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독성예측기술 및 인체세포 및 조직 등을 활용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1505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머릿속에 있던 '하늘을 나는 기계'는 약 400년이 지난 1903년 라이트형제에 의해 결국 현실이 됐다. 이후 약 60년이 지나서 인류는 하늘을 넘어 달을 밟았다.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은 결국 새로운 기술로 대체될 것임은 틀림없다. 그것이 과연 언제인가 하는 문제만 남아 있는 것이다. 그 문제는 결국 과학자들이 얼마나 이른 시일 안에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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