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등 감염 확산 심상찮아 정유·전자 등 주력업종 불안불안 반도체 아직 위기 상황 아니지만 스마트폰 수요 감소 땐 충격파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우리 주력산업이 미증유(일찍이 없었던 일)의 위기에 처했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생산 차질이 걱정이었지만, 이젠 코로나19가 세계 주요 국가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글로벌 수요 침체로 이어질 조짐이다.
이 같은 실물경제 위기가 자본시장까지 이어지는 '복합위기'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음도 들려오고 있다. 생산·수요의 동반 부진에 신용등급 하락과 투자 위축까지 이어질 경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못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진입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등에서의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업종과 무관하게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자동차와 정유·화학, 조선, 철강 등 소위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은 1분기에 심각한 실적 부진이 예고됐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1일자 보고서에서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이 857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단 3.8% 많지만, 기존 시장 예상치(1조1200억원)보다 24%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업계는 코로나19로 항공유 판매가 급감한 데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재고자산 가치도 떨어져 1분기 실적은 추가 악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경기에 후행하는 산업이다 보니 당장 1분기 실적이 크게 달라지진 않지만, 수주량이 급감하는 등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축소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포스코도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업황 부진에 따라 1분기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날 것으로 전망됐다. 교보증권이 11일 제시한 포스코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970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작년 4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 업종은 그나마 낫지만, 스마트폰 등의 판매량 감소가 장기화 할 경우 반도체까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증권은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을 6조4290억원으로 제시해 작년 동기(6조2333억원)보다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신한금융은 10일 보고서에서 6조820억원으로 전망해 2.4% 감소할 것으로 봤다.
이는 스마트폰과 TV 등의 판매량 감소를 반도체가 회복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PC용 범용 D램 가격은 전달보다 1.41% 상승했고,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서버 D램의 경우 수요가 좋아 2분기에도 가격이 20%가량 올라갈 것"이라며 "모바일 D램도 현재는 재고를 쌓으려는 수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반도체 회복세까지 더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트 제조업체들이 급감하는 판매량에 재고 비축 시점을 미룰 가능성이 있어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 12일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 압박 심화'란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들의 높은 수출 의존도를 고려할 때 생산 차질보다는 주요 제품과 서비스의 수요 감소가 실적과 신용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유·화학, 철강, 유통, 자동차, 전자산업 등이 수요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