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스페인-獨-佛 順 급속 확산
이동 제한령·모든상점 폐쇄 조치
사태 심각성에 '자가격리' 촉구도
스페인선 필요땐 軍 투입 방침

14일 오후 텅빈 베를린 소니센터 광장 [베를린=연합뉴스]
14일 오후 텅빈 베를린 소니센터 광장 [베를린=연합뉴스]


지난 1918년부터 1년간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은 감염자만 6억 명에 최소 50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피해 규모로 따지자면 최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비교 대상이 못될 정도로 강력한 독성을 지녔다. 지난 2005년 이 질병의 바이러스를 처음 복원한 미국 학자들은 스페인 독감의 바이러스가 다른 인플루엔자에 비해 3000배나 강한 독성을 지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질병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8년 봄 미국에서 시작돼 유럽에 파견된 미군을 통해 프랑스, 스페인 등으로 퍼졌다. 한반도에선 무오년인 1918년에 퍼져 '무오년 역병'으로 불린 이 질병에 약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무섭게 퍼져가는 병의 기세에 전 세계는 대혼란에 빠졌다. 공공시설과 도로에 소독용 화학약품이 뿌려졌고, 사람들은 당국에서 지급한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장례식도 15분 내에 끝내도록 규제를 받았다. 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증명서를 지니지 않은 여행객의 출입을 막는 지역도 있었다고 한다.

유럽 전 지역이 마비될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서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3일(현지시간) 유럽이 코로나19의 진원지(epicentre)가 됐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에 유럽 각국 정부는 상점 영업중지 조치 등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집에 머물러 달라"고 촉구하는 등 초비상 상태에 빠졌다.

14일(현지시간) 기준 이탈리아 확진자 수는 1만7660명에 달했다. 스페인은 6000명을 넘어섰고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4191명, 4469명에 달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전국의 슈퍼마켓과 약국을 제외하고 모든 상점과 음식점, 카페, 영화관 등의 영업 중지를 결정했다. 감염병 경계등급(총 3단계)도 최고 등급으로 격상했다.

스페인 정부는 전날 예고한 대로 이날 15일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전역에서 모든 국민이 2주간 생필품과 약품 구매, 출퇴근 목적을 제외하고는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 스페인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제한을 위해 군대도 필요시 투입하기로 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부인도 확진 판정을 받자 총리 부부는 정부의 이동제한 방침에 따라 현재 관저에 머물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체코 정부도 이날부터 마트와 약국, 주유소, 세탁소, 구내식당 등 일부 상점을 제외하곤 모든 상점의 영업을 금지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이어 확진자가 가장 많은 독일도 특단의 조치를 잇따라 내놓았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 당국은 클럽과 술집, 바의 운영을 중지시키는 한편 50명 이상이 참석하는 모든 행사를 금지했다. 모든 극장과 콘서트홀, 박물관, 성 등에 대해서도 운영 중지 결정을 내렸다. 쾰른 등 독일의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조처가 내려졌다.

이날 영국에서 출발해 카나리아 제도 등 스페인으로 향하던 영국의 저가항공사 제트2 여객기들은 스페인의 목적지에서 상점과 음식점의 폐쇄 명령이 내려진 사실을 알고 회항하기도 했다.

유럽 각국 정부는 잇따라 국경을 사실상 봉쇄하는 조처를 결정했다. 노르웨이의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16일부터 공항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정부는 또 국민에게 해외여행을 가지 않도록 하고, 해외에 있는 국민에게도 가능한 한 빨리 귀국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도 17일 0시부터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기로 이날 오후 결정했다. 자국민에 대해서도 출국을 금지했다.

스웨덴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불필요한 해외여행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고, 덴마크는 이날부터 한 달 간 국경을 봉쇄한다. 폴란드는 15일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폴란드로 들어오는 비행·기차 편 운행도 일부를 제외하고 중단키로 전날 결정했다. 체코는 16일부터 모든 출입국을 중지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중국에서 전염병이 한창일 때 보고됐던 것보다 (유럽은) 매일 더 많은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며 각국에 종합적인 대응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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