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오는 16일부터 6개월간 시행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쇼크'로 패닉에 빠진 투자심리를 진정 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공매도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시적 극약 처방으로 썼던 강공책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매도는 말 그대로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거래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매매기법이다.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해 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고평가된 주가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순기능도 있지만, 주가 폭락 국면에서는 투기 수요까지 가세해 실제 펀더멘털보다 주가 낙폭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전격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린 건 주가 폭락 사태가 이어지고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면서 공매도 세력이 극성을 부렸다. 시장이 급락한 12일의 경우 공매도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기도 했다. 이는 2017년 5월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앞서 금융위가 10일 첫 시장 안정 조치로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대상을 대폭 확대했지만 주가 급락을 막지 못한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거래 금지 기간을 1거래일에서 10거래일(2주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 효과는 단 하루에 그쳤다. 주식 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9일 1조806억원까지 증가했다가 정책 첫 시행일은 10일 6686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11일 다시 7931억원으로 늘었고 12일에는 1조854억원으로 급증해 관련 통계 발표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코스피도 10일 0.42% 올랐다가 11일 2.78%, 12일 3.87% 각각 급락했고 13일에도 3.43% 폭락했다.
이처럼 첫 시장 안정 조치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자 금융위는 결국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냈다.
국내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주로 활용하고 개인 투자자는 접근이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불만 요인이다.
지난해 주식시장 공매도 거래대금 103조5000억원 중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은 1조1000억원으로 1.1%에 불과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 거래대금이 약 65조원으로 62.8%, 기관 투자자는 37조3000억원으로 36.1%였다.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폭락장에서 공매도를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현물시장에서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의 공매도 금지 카드는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시의적절한 단기 부양책인 공매도 금지조치로 반등국면에서 수급 측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안이 실기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사후적 시장안정화 조치의 성격이 강해 오히려 바람직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확산할 경우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해서 주가 하락이 멎진 않을 것이란 평가다. 그는 "미국 증시가 정책기대감에 반등으로 마감한 만큼 우리 시장에서도 같은 조짐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도 "주가 하락 경로는 공매도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인 주식거래로도 충분하다. 공매도 금지를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조치로 봐선 안 된다"고 했다.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신뢰도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고 주가 흐름에 따라 제도를 번복한다면 금융시장의 신뢰도 저하를 유발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3.43%(62.89포인트) 급락한 1771.44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