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렐·맥나마라, 프리츠커상 수상 영예 자연적 요소와 필요 살린 세심한 접근 "남성중심 건축계서 뛰어난 감각 능력"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아일랜드 건축가 이본 파렐(왼쪽)과 셸리 맥나마라. AP=연합뉴스
남성 중심적 건축계에서 두 명의 여성 건축가들이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아일랜드 출신의 여성 건축가 이본 파렐(69)과 셸리 맥나마라(68)가 공동 선정됐다.
아일랜드 건축가가 이 상을 받은 것도, 여성 공동수상도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건축가로는 2004년 이라크 출신의 자하 하디드가 처음 받았고, 2010년 일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남성 1명과 공동수상), 2017년 스페인 건축가 카르메 피헴(남성 2명과 공동수상)이 받은 바 있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파렐과 맥나마라가 "전통적으로, 또 지금도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건축계의 선구자들이며, 전문가로서 훌륭한 길을 구축해 다른 이들의 지침이 됐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단은 또 두 사람의 '진실성'과 '동료에 보여준 관용'을 언급하면서 그들과 같은 명성을 가진 건축가들에게는 드문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우수한 건축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환경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 그들이 작업하는 장소의 고유성을 포용하는 동시에 국제적인 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며 시상 이유를 설명했다.
프리츠커 건축상은 세계 최대 호텔 체인 '하얏트'를 소유한 미국 시카고 부호 가문 프리츠커 가(家)가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의미 있고 일관적인 기여를 한 생존 건축가를 기리기 위해 1979년부터 시상해왔다.
톰 프리츠커 하얏트 재단 회장은 파렐과 맥나마라에 대해 "건축에 있어 놀라운 힘을 발휘하고, 모든 측면에서 (작품을 건축하는) 장소와 깊은 유대관계를 보여준다"면서 "정직한 태도로 모든 작품 의뢰를 대하며, 지역 공동체와 책임감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킨다"고 평가했다.
파렐과 맥나마라는 1974년 아일랜드 더블린의 건축대학원에서 만났다. 1976년 졸업하자마자 각각 UCD에서 강의를 시작해 2015년에는 부교수로 임용됐다.
이들은 이후 40여년간 아일랜드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페루에서 해당 지역의 자연적 요소와 필요를 고려한 세심한 접근을 통해 여러 교육용 건물과 공공시설을 건축했다.
파렐과 맥나마라는 거대한 콘크리트로 빚어낸 압도적인 구조 속에서도 사람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망대와 휴식 공간 등 세심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건축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들은 200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세계 건축 축제에서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보코니 대학 건축물로 올해의 세계건축상을 받으면서 국제무대에 발돋움했다.
대표 작업으로는 노스 킹 스트리트 하우징(2000, 아일랜드)을 비롯해 아일랜드 도시 연구소, 로레토 커뮤니티 스쿨(2006, 아일랜드), 리머릭 대학교 의과대학(2012, 아일랜드) 등이 있다.
파렐과 맥나마라가 총감독을 맡은 2018년 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우리는 지구를 의뢰인으로 본다. 이는 오래 이어지는 책임을 수반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건축 철학을 설명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사람들의 요구와 꿈을 현실로 변환하는 사람"이라며 건축가를 번역가에 빗대 표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맥나마라는 수상 소식을 듣고 "우리에게 설계를 의뢰하고 우리가 꿈꾼 건축물이 실현될 수 있게 해준 사람들의 야망과 비전이 훌륭하게 인정받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