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총 1만2032가구 규모의 재건축 최대어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가 논란 끝에 첫 삽을 뜨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약 40년 만에 조합이 숙원 사업을 이뤄낸 기쁨도 잠시 '승자의 저주'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조합이 예상하는 분양가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려고 해 수억원의 분담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분양이 계속해서 밀려 분양가상한제까지 적용받게 되면 가격은 더 낮아져 조합의 재산상 피해는 더 불어나게 되지만 일반 분양자들은 낮아진 분양가로 수억원에 달하는 '로또 수익'을 챙기게 될 전망이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과 현대건설 등 컨소시엄은 지난달 만나 착공지정일을 2월 15일로 잠정 결론 지었다. 착공 지정일은 조합과 건설사가 착공 개시날을 결정한 것으로 40년 만에 공사가 시작된 것을 뜻한다.

그러나 아직 가장 큰 걸림돌인 분양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둔촌주공 조합이 계획한 분양가는 3.3㎡당 3550만원이지만 HUG는 3.3㎡당 2970만원을 제시했다. HUG는 주변 시세와 무관하게 둔촌 주공의 단지 규모와 집값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할 때 3.3㎡당 3000만원 이상으로 분양보증을 내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의 예상 분양가보다 3.3㎡당 600만원이 하락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조합 전체 분양 수익이 7000억원 줄게 되고, 이로 인해 조합원 1인당 1억2000만원씩 추가로 분담해야 한다.

HUG가 현재의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총 공사비만 3조2200억원에 달하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42개월 내 준공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조합에서는 계획한대로 분양이 어려울 경우, 후분양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후분양을 하게 되면 조합원의 재산상 피해는 더 확대돼 돼 조합원간 갈등이 발생할 여지 가능성이 크다. 후분양을 하게 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사업을 추진한 조합이 아닌 일반 분양자들이 상당한 수익을 보게 된다. 현금을 두둑히 가지고 있는 일반 분양자들은 조합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구매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머쥐지만 정작 조합원은 수억원의 피해만 보는 '승자의 저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조합이 HUG와 분양가 협상에 실패해 후분양으로 전환하면 공급 절벽에 따른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부동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더 가중될 것"이라며 "정부가 로또 아파트만 양산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둔촌주공 아파트가 분양가 협상 난항 등 논란 속에서도 착공에 들어갔다. 42개월 내 제때 준공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둔촌주공재건축 사업지 전경.<현대건설 제공>
둔촌주공 아파트가 분양가 협상 난항 등 논란 속에서도 착공에 들어갔다. 42개월 내 제때 준공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둔촌주공재건축 사업지 전경.<현대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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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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