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이 '몸집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에 이어 코로나19 쇼크로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자 군살을 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G는 계약이 중단된 강남 논현동 성암빌딩에 대한 재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2일 아모레G는 성암빌딩을 한양건설에 매각하는 계약이 중단됐다고 공시했다. 아모레G 측은 "거래 상대방이 매매계약을 중단했으며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모레G는 한양건설에 성암빌딩을 약 16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한양건설이 컨소시엄 구성원이었던 모다아울렛 측과 이견이 생긴 탓에 우선협상자 지위를 반납하면서 계약도 무산됐다.
아모레G 관계자는 "다음 우선 협상대상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아직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G는 성암빌딩 매각 배경에 대해 "재무건전성 강화 및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잇단 악재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몸집 줄이기 차원에서 처분한 것으로 풀이한다. 아모레G가 1조2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 한 데다 재무건전성도 양호해 유동성을 확보할 만큼 나쁜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아모레G의 영업이익은 사드 사태가 발생한 2016년 이후 줄곧 감소 추세다. 2016년 1조828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4982억원으로 반토막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8115억원에서 2690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해외 매출 타격이 지속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모레G는 비효율 자산을 매각해 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실정이다.
아모레G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과거 자사 계열사가 입주해 있었으나 현재 사업 차원에서는 활용하지 않는 중이라 지속적으로 매각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아모레G의 몸집 줄이기는 성암빌딩 매각을 시작으로 비효율 오프라인 점포로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이커머스 등 온라인 채널에서 매출이 늘면서 과거처럼 오프라인에 주력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점포 확장 전략을 펼쳤던 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매장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이니스프리는 중국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는 전략을 폈다. 중국 3·4선 도시 위주로 점포 확장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 중국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560개에서 지난해 말 611개로 증가했다. 하지만 점포 확장은 오히려 실적에 독이 됐다. 지난해 이니스프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5519억원, 626억원으로 전년 대비 8%, 22% 각각 감소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온라인으로 수요가 상승 중이나, 오프라인 매출 감소가 손익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오프라인 채널 구조조정에 집중할 때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