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HD급 영화 110편 1초에 처리 고성능 서버·슈퍼 컴퓨터 등 적용 美시높시스 솔루션에 SK기술 도입 5G·AI 시대 맞춰 수요 확대 기대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업계 최고속 HBM2E D램의 외관. SK하이닉스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기술 중 하나인 'HBM2E(High Bandwidth Memory)' 출시을 위한 중요한 관문을 뚫었다. HBM2E는 동시다발로 밀려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대역폭 D램으로 주로 고부가가치 시장인 고성능 서버나 슈퍼컴퓨터에 들어간다.
현재 이 제품은 삼성전자만 올해부터 출시에 들어갔을 뿐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 SK하이닉스도 본격적인 출시에 들어가면 서버 등 고부가 시장에서 반도체코리아의 위상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업체인 시높시스는 SK하이닉스의 HBM2E에 자체 패키징 기술을 적용한 메모리 시스템온칩(SoC) 인터페이스 IP(지적재산권)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 SoC는 파운드리업체 TSMC의 7나노 공정을 적용해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의 HBM2E SDRAM 표준 규격에 맞췄고, 초당 409GB의 처리 속도를 구현한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풀HD급 영화(3.7GB) 110개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단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JEDEC에 제안한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둥 형태로 만들고, 그 사이에 수천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전극으로 연결하는(TSV: Through Silicon Via) 패키징 기술이다. 수천개의 구멍으로 데이터에 해당하는 전력을 동시다발로 보낼 수 있어, 기존 패키징 방식과 비교해 크기는 30% 이상, 전력소모는 50% 이상 줄일 수 있다.
HBM칩 자체를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같은 로직 칩 등에 수십㎛(마이크로미터) 간격 수준으로 가까이 장착하는 SoC로 장착할 수 있어, 메인보드에 병렬로 장착하는 SoC와 비교해 데이터 이동거리를 더 줄일 수 있다.
다만 단가가 기존 D램 패키징과 비교해 2~3배 비싸고 부피도 LPDDR4보다 커 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IDC)나 슈퍼컴퓨터 등 초고성능 수요만 있어 시장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D램 사업 전체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 효과가 크고,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5세대 이동통신(5G)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시대에 진입하면서 고성능 서버 수요가 늘고 있어 앞으로 시장 전망은 밝다. 특히 자율주행차가 본격 상용화 될 경우 차량 내부에서 방대한 이미지와 교통정보 등을 순식간에 처리해야 하는 만큼 HBM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3년 SK하이닉스가 처음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곧바로 삼성전자도 진출하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차세대 규격인 HBM2E의 경우 삼성전자가 올 초 처음 출시을 시작했고, SK하이닉스는 작년 8월 개발을 알렸지만 아직 출시에 돌입하진 못했다.
하지만 시높시스가 설계 기반을 마련한 만큼 조만간 관련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도 본격적인 출시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있다.
시높시스는 반도체 회로 설계를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 전자설계자동화(EDA)툴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업체로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등과도 다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 툴을 활용해 IDC와 슈퍼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SoC를 만들 수 있다.
전준현 SK하이닉스 D램 설계담당은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D램을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해왔다"며 "HBM2E 시장이 열리는 올해부터 본격 출시을 개시해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