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우 내 삶 모두가 정치에서 비롯… 말 바꾸고 줏대없는 정치인들이 문제 홍연수 권력 싸움에 거부감 들지만 정치적 의사 밝힐 수 있는 투표 꼭 할 것 서진원 정치 뉴스 나오면 채널 돌렸는데… 사리사욕 챙기는 국회의원 싫어 황세빈 뉴페이스 좋지만 앵무새 같은 정치인 아닌 자신의 생각을 가졌으면
경제종합일간지 재창간 1년ㆍ창간 20년
선택 2020 'OO' 밀레니얼 유권자가 왔다
"진짜가 온다."
말로만 듣던 밀레니얼 세대가 오는 4월15일 '21대 총선'에 처음 참여한다. 주민등록번호가 무려 00, 01, 02로 시작하는 2000년대생들이다. 특히 2001년 4월16일~2002년 4월15일 태어난 만 18세 청소년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만 18세 유권자라는 특권을 가졌다.
이번 21대 총선은 이들 밀레니얼에 달렸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새로 나타난 이 만 18세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으려 갖은 애를 쓰고 있다.
만 18세 유권자는 53만명2000여명 규모다. 253개 선거구로 나눠보면 선거구 1곳당 평균 2100표 이상이다. 접전지역에서는 충분히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캐스팅보터'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타임스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지난달 22일 만 18세 유권자인 서진원(가명·대학입학 예정·2002년 1월생)군, 황세빈(고3·2002년 1월생)군, 김찬우(대학생·2001년 11월생)군, 홍연수(가명·대학입학 예정·2001년 10월생)양과 함께 '밀레니얼' 표심을 들여다 봤다.
만 18세 유권자들의 쓴소리는 더욱 매서웠다. 진원군은 "사리사욕만 채우는 정치인은 싫다"고 딱 잘라 말했고, 연수양은 "요즘 정치인들은 서로 뭉쳐서 싸울 생각만 하는 것 같다"고 따끔한 한 마디를 남겼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참석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회=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2020 총선에서 첫 선거권을 행사하는 새내기 유권자 4명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빌딩 1층 카페에 모여 첫 선거 참여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진원군, 황세빈군, 김찬우군, 홍연수양.
- 만 18세면 입시라는 큰 고비를 이제 막 넘었거나 또는 앞으로 넘어야 하는 나이다. 평소 정치에 관심을 갖기가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관심이 있었다면 O, 관심이 없었다면 X, 보통이라면 △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달라.
진원군=X, (혼자만 X라 쑥스러운 듯이) 대학에 가려고 공부하느라 딱히 정치보다 제 앞길 신경 쓰는데 더 바빴다. 정치에 대해서 별로 좋은 인식도 없어서 어쩌다 한 번씩 뉴스를 보다가도 정치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리고는 했다.
세빈군=O, 초등학생 때는 역사나 문화에만 조금 관심을 가졌던 평범한 초등학생이었다. 중학교에 들어와 토론수업도 하고, 정치학 수업이나 외국 문화 수업과 같은 특강을 받을 기회가 생기면서 정치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사회탐구 과목들을 깊숙이 공부하다 보니 계속 관심이 커졌다. (마침 생각난 듯) 아, 최근에는 정당에도 참여해 보려고 했었는데 (공부가 급한) 고3이라 아쉽게 무산됐다.
찬우군=O, 저는 정치에 관심이 큰 편이다. 저는 제 일상의 문제가 정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삶에, 살아가는 것 중에서 정치적이지 않은 건 없다고 본다. 가령 제가 좌담회에 참석하려고 버스를 타고 왔는데, 버스에도 노선이나 요금 결정에 정치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게 일종의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학생이라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수양=△, 원래 2년 전까지만 해도 정치에 관심도 많고, 정치관련 뉴스도 찾아보고 했는데 고3이 되면서 자연스레 뉴스를 볼 시간이 줄어들었다. 특히 뉴스를 보더라도 정치에서 다루는 문제가 권력 싸움에 지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에 거부감이 들었고 관심도 멀어졌다.
- 요즘 청소년들은 (이런 말 하면 꼰대라고 하던데) TV나 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 정치에 대한 정보나 소식은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얻고 있나본인의 생각이나 가치판단에 영향을 많이 주는 요인이 SNS가 아닐까 싶다. .
진원군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저 스스로 정치에 대한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라서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주변에서 정치 얘기를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던 곳은 학교였다. 고1 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장 큰 이슈였다.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친구들로부터 정치관련 소식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렇게 알음알음으로 조금 알게 된 정도다.
세빈군=저는 직접 정치 관련 소식을 찾아보고, 책을 읽고 하다 보니 관심이 많아진 편이다. 보통은 신문 기사를 제일 많이 본다. (웃으면서) 물론 신문지면이 아닌 인터넷으로 찾아본다. 언론마다 정치색깔들이 있다 보니 최대한 많은 언론의 기사나 뉴스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 취향과 성향에 맞는 언론이 있기는 하지만 반대되는 기사나 칼럼들도 많이 찾아본다. 생각은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생길 때도 있다.
찬우군=정치 현안을 처음 듣는 건 뉴스나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인 것 같다. 가끔은 책을 보기도 한다. 정치 관련 현안을 알고 난 이후에는 다양한 계기로 생각을 정리하는데, 최종적으로는 여러 사람들과,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을 결정한다.
연수양=저는 일단 뉴스다. 집에서 엄마가 정치관련 뉴스를 많이 보는 편이라 옆에서 함께 보면서 '아! 이런 일도 있구나'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아무래도 뉴스를 보고 생각을 많이 정하는 것 같다. 특히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제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어서 뉴스나 객관적인 사건을 보고 저 혼자서 생각하고 정리하는 편이다.
- 생각보다 뉴스와 신문을 많이 본다고 해서 매우 반갑다.(웃음) 만 18세로서는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었는데 이번 4·15 총선에서 투표를 할 예정인가. 꼭 할 생각이라면 O,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X,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했다면 △로 표현해달라.
진원군=O,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제가 첫 투표권을 가진 선거이니 투표를 하려고 한다. 예전에 투표할 마음이 없다면 무효표라도 던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배운 것 같다. 아직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할지 정해놓은 건 없지만, 무효표라도 투표를 하고 올 생각이다.
세빈군=O, (두 손을 불끈 쥐고) 무엇보다도 투표하는 걸 고대해왔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당장 마음 속에 정해둔 후보도 있다. 당연히 투표할 거다.
찬우군=△, (웃으면서)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투표는 세모를 하고 싶어서 세모를 적었다. 투표를 할지 말지는 선거일까지 가서 결정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그냥 세모라고 했다.- 깊게 고민 해보겠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찬우군 = 그렇다. (쑥스럽게 웃으면서) 그리고 당연히 투표하는 날이 오면 투표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수양=O, 일단 생애 첫 투표니까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게 크다. (똑부러진 말투로)투표라는 게 어떻게 보면 나의 정치적 의사를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이니 꼭 투표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 많은 분들이 투표 의사가 있다는 답을 줬다. 의미 있는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투표를 할 때 후보자의 어떤 면모를 더 눈여겨 볼 생각인가.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
진원군=후보자의 도덕성을 보고 뽑을 것 같다. 개인의 도덕성을 파악하긴 좀 힘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후보자들이 스펙이나 공약은 거의 비슷할 것 같아서 인간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으려고 한다.
세빈군=지역에 가장 맞는 공약을 해주는 사람에게 투표를 할 것 같다. 정당이나 후보 자체도 중요하지만 총선은 각 지역을 대표할 인물 뽑는 것이니 공약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찬우군=후보자의 정당이 중요한 것 같다. 정치는 혼자서 잘하려고 한다고 잘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령 소수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저에게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연수양=(고개를 끄덕이며) 저도 정당을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 지금 국회의원들을 봤을 때 딱히 자신의 정당이 내세운 입장이나 의견에 반해 활동하는 국회의원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정당이 그 후보의 색을 가장 잘 표현하는 요소가 아닐까 한다.
- 만 18세 유권자들은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궁금하다.
진원군=학생이나 청소년을 위한 공약이 있으면 좋겠다. 특히 이번 선거는 처음으로 만 18세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의미 있는 선거다. 청소년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공약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입시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인데 (살짝 목소리가 커지며) 교육정책이 너무 자주 바뀐다. 어느 정도 통합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세빈군=대한민국 경제는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복지정책이라든가 노인, 학생, 어린이,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들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으로서 희망을 말하자면 (친구들의 눈치를 한번 살핀 뒤) 학교 매점에서도 탄산음료를 사 먹을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모두 웃음 터트리며 박수)
앗, 요즘(이 말 벌써 두 번째 하는데)은 - 학교에서 탄산음료를 안 판다니 충격이다. 제가 다닐 때는 다 있었던 것 같은데.
세빈군=법 때문에 학교 매점에서는 탄산음료를 팔지 않는다. 공부나 입시도 중요하겠지만 학생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을 곳은 매점인데 탄산음료도 안되고, 라면도 안된다고 한다. 바로 앞 편의점에서는 팔고 학교 매점은 안된다는 게 안타깝다. 지금 고 3이라 (두 손을 꼭 마주 잡고) 그런 법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모두 동의하면서 웃음)
찬우군=(다시 진중해진 목소리로) 저도 청소년을 위한 공약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올해가 경기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1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부결되고 있다고 한다. 조례를 넘어서 상위법인 학생인권법이 만들어지고, 지역별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마련됐으면 한다. 학력·학벌 차별도 없어졌으면 한다. 저는 검정고시를 보고 남들보다 일찍 대학을 진학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학력·학벌로 인한 차별이 만연한 것 같다. 공공기관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서 조금씩 줄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연수양=저는 개인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에 관심이 많다. 예전에 시각장애인들 위해서 점자 도서를 만드는, 책을 타이핑하는 봉사를 한 적 있다. 책을 한 글자 한 글자 타이핑하면서 '출판사에 파일을 요청하면 될 일을 굳이 봉사자들이 힘들게 타이핑하는 이유가 뭘까' 의문이 생겼다. 봉사자들이 한 번 더 일해야 하는 시간만큼 시각장애인들이 책을 접할 속도는 더 늦어지지 않겠나.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오면 좋겠다고 봉사하면서 생각했다.
- 여러분의 희망 공약이 이번 총선에 꼭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웃음) 분위기를 바꿔서 '이런 국회의원은 정말 싫다' 또 '이런 국회의원이 있으면 좋겠다' 콕 집어 말해준다면.
진원군=(강한 어조로) 자기 사리사욕을 먼저 채우는 국회의원은 싫다. 학교에서 배운 국회의원은 분명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실제 국회의원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기 사리사욕이 우선이고, 민중의 대표자 역할은 별로 하지 않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래서 '민중의 소리를 듣는 국회의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세빈군=당을 많이 옮겨 다니는 철새 같은 국회의원은 싫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당의 이름은 바뀌었는데 구성원은 똑같다든가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서 꾸준한 사람이 정치를 했으면 한다. '약자들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펴왔던 국회의원'이 좋다.
찬우군=(곰곰이 생각하면서)말 바꾸는 국회의원이 싫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처음에는 선거연령 하향에 동의했다가 나중에 반대한 국회의원이 있다. 줏대없는 국회의원이 싫어졌다. 바라는 국회의원의 모습은 '국민과 가장 닮은 국회의원'이다. 현재 국회의 의원 평균 나이는 55.5세, 남성이 80% 이상이라고 한다. 국민과 비슷한 구성으로 국회가 바뀌어야 한다.
연수양=요즘 국회의원들에게는 다 해당하는 말인 것 같은데 (강세를 주면서) 권력 싸움만 하는 국회의원은 싫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국민은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것 같다. 사실 그런 게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 유권자로서는 '그냥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 좋다. 국회의원이라면 국민을 위한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 이제 여러분의 손으로 21대 국회를 만들 수 있는 투표용지를 손에 쥐게 됐다. 특별히 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나.
진원군=최근에 개봉한 영화 중에 '정직한 후보'라는 코미디 영화가 있다. 그런데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제목은 '정직한 후보'라면서 장르가 코미디라는 게 이해가 안됐다. 당연히 정직한 후보, 정직한 정치인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데 코미디라고 하니 이게 우리나라 정치의 단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정직한 후보나 정직한 정치인을 봤을 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정직한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
세빈군 = 뉴 페이스(정치신인)들이 많이 등장하는 국회였으면 좋겠다. 단,(손으로 책상을 단호히 내리치며) 뉴 페이스가 앵무새가 아니었으면 한다. 항상 (정치계) 어르신 말들만 계속 되풀이하는 뉴 페이스들이 있다. 뉴 페이스들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면서 활발하게 정치할 수 있는 국회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찬우군 = 신뢰받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 한 가지 덧붙이면 열심히 일하는 국회여야 한다는 것도 있다. 사실 국회의원들이 언론에 비치는 것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언론에는 (기자들에게 시선을 던지며) 대부분 싸우고 일 안 하는 모습만 나오기 때문에 국민들이 더 신뢰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언론도 국회의원들이 싸우는 모습만 비추지 말고, 국회의원들이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을 잘 알려줬으면 한다. 국회의원 스스로 잘한 일은 자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