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업계가 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무인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GS25 무인 편의점을 이용하는 고객들. <GS리테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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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지각변동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디지털 혁신을 이루고 있는 곳은 '개미군단' 편의점이다. 세븐일레븐을 시작으로 GS25, 이마트24 등이 잇따라 무인 점포를 선보이며 '미래형 편의점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무인 편의점 도입에 소극적인 CU도 최근 들어 주간에는 직원이 상주하고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편의점을 확대하며 박자를 맞춰나가고 있다.
편의점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대비 점포가 소형인 데다 주 고객층 역시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은 10~30대인 만큼 신기술 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반면 편의점은 가정간편식(HMR)의 성장에 힘입어 실적을 개선하고 있는 것도 '미래 기술' 도입에 유리한 점이다.
실제 국내 첫 무인 편의점은 이미 3년여 전에 등장했다. 세븐일레븐이 2017년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선보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다. 이후 GS25와 이마트24가 무인 편의점을 잇따라 선보였다.
편의점업계는 미래형 편의점이라고 하면 '무인'에만 집중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무인' 시스템을 이뤄내는 기술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실제 미래형 편의점에 이용되는 기술들은 다른 업계에서는 아직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신기술'이 태반이다. 입장에 이용되는 정맥·안면 인증 시스템을 시작으로 제품을 집어들 때마다 실시간으로 무게를 계산해 어떤 상품을 집어들었는지 파악하는 센서, 입장부터 퇴장까지 고객을 따라다니는 수십 개의 카메라까지 그 어떤 유통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신 기술이 접목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현재의 무인 편의점을 '완성형'이라 부르기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비용 문제는 물론이고 내부에 적용된 기술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여러 명이 동시에 입장해 상품을 서로 주고받을 경우 카메라와 센서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사실상 무인 편의점이 들어서기 어렵다는 뜻이다. 현금 이용이 불가능한 시스템 상 결제를 위해 특정 금융사를 이용해야 하는 것도 불편 요소다. QR코드나 정맥인증 등을 이용하려면 스마트폰과 신용카드가 필수다. 이런 특성이 저소득층 소비자를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인'이라지만 시스템·재고 관리, 청소 등은 결국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점도 '반쪽 무인'이라는 소리를 듣게 하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업계 2위 브랜드 CU의 경우 완전 무인 편의점보다 '하이브리드형 편의점'에 집중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낮에는 직원이 상주하며 일반형 편의점처럼 운영하고 유동인구가 적은 야간에는 무인 편의점으로 운영하는 식이다.
다만 이 역시 무인 운영 노하우가 쌓일 경우 자연스럽게 무인 편의점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고 단순 업무가 많은 편의점의 특성상 무인화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프론트 업무는 AI가, 재고관리 등 백오피스 업무는 사람이 맡는 분담이 이뤄지며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