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ICT과학부 팀장
안경애 ICT과학부 팀장
안경애 ICT과학부 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위협적인 것은 종잡기 힘든 활동패턴과 매우 빠른 전파속도 때문이다. 잠복기가 4~5일로 짧고 발병 이후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은데, 그 와중에 전염성이 강력하다 보니 2차 감염이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 여기에다 치사율은 독감의 10배에 달하고, 폐렴이 진행되는 상황에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어둠 속에서 모습을 숨긴 적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해 오는 양상이다.

속도와 민첩성으로 무장한 적과 싸우려면 최소한의 시차로 적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하지만 그동안 결과는 인간의 참패다. 특히 세계 선두라는 ICT 인프라는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 발생을 알려주는 긴급문자의 안내에 따라 구청 홈페이지를 접속하려면 먹통이거나 하세월이다. 어렵사리 들어가도 제공되는 정보의 속도와 내용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바이러스는 빠른 시간에 최대한 많은 숙주를 확보하기 위해 무서울 정도로 진화했는데, 코로나19 상황에 정부나 지자체의 ICT 활용 수준은 시계를 되돌린 듯하다.

확진자 동선정보 업데이트 속도는 바이러스의 기동력에 한참 뒤진다. 제공되는 위치 정보도 텍스트 위주인 데다 'OO동 OO로' 식으로 구체성과는 거리가 멀다. 환자별 동선정보 제공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확진자 동선정보 지도 서비스는 답답한 수준이다. 옛날 지도책을 옮겨놓은 듯한 화면에 어려운 메뉴 구성이 친절과는 거리가 멀다. 20대 대학생이 개발했다는 앱이 정부 사이트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친절하다. 세계 최고 ICT 인프라와 전자정부 선진국이란 자랑이 무색하다.

동네 빵집이나 미용실도 O2O(온·오프라인 연계) 기술을 활용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는 시대다. 매장 주변을 지나는 고객에게 이벤트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는 식이다. 지금 방식이라면 홈페이지 접속이 여의치 않은 이들은 정보에 접근할 방법이 없다. 가능한 모든 데이터와 자원을 동원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 감염을 최소화하려면 홈페이지에 확진자 동선을 모호하게 안내할 게 아니라, 휴대전화 기지국에 포착된 위치정보, 교통카드 사용내역을 활용한 대중교통 이동경로,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결합해 확진자 이동경로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알람을 줘야 한다.

개인정보 이용규제가 문제라면 각 개인의 동의를 받으면 된다. 정부가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이동정보를 요구한다면 당장 동의 버튼을 누르겠다. 급할 때 먹통이 되는 지자체 홈페이지는 용량과 성능을 유연하게 확장하고 줄일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서둘러 채택해야 한다.

정부·공공기관의 IT 개발·운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때마다 기업의 개발자를 기관에 상주시키는 관행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적정한 보안 인프라를 갖춘다는 조건 하에 원격지 개발이 일반화돼야 한다. 대구에 위치한 공공기관들은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실시하면서 IT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 소속 개발자들도 집에서 일하도록 한다니 기술적·제도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IT 기술을 활용해 회의와 근무방식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

감염병에 대응한 글로벌 ICT 공조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역갈등과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도 코로나19 앞에서는 전 세계가 운명 공동체다. 각국의 통신사 기지국에 포착되는 가입자 위치정보를 활용해 감염병 발생지역 방문정보와 감염자 동선을 공유해 방역에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다 더 많은 종류의 데이터를 결합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분석·예측 수준을 높이면 훨씬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활용능력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운명도 바꿔놓을 것이다. 데이터산업 육성만큼 중요한 것은 정부와 사회의 운영방식을 데이터 시대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국민이 가장 절실한 순간 IT가 제대로 활용되려면 평소에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의 IT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안경애 ICT과학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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