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아나키즘-인물편
이호룡 지음 / 지식산업사 펴냄
'사상편'과 '운동편'에 이은 '한국의 아나키즘'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국내 아나키즘의 최고 전문가인 저자가 잡지·신문 등의 매체 보도, 일제 경찰 보고서, 재판기록, 증언과 회고록 등 방대한 자료들을 토대로 완성한 역작이다. 신채호, 이회영, 박렬, 류기석, 이홍근, 류자명, 이정규, 유림 등 대표적 아나키스트 8인의 사상과 행적을 다시 되살렸다.
책에 따르면 신채호와 이회영은 유교적 소양을 바탕으로 아나키즘을 수용했다. 신채호는 다물단에서 테러활동에 주력했고 조선혁명선언을 작성했다. 이회영은 이정규와 함께 5·4 운동 이후 혁명근거지 건설론에 근거해 이상 농촌 건설사업에 힘을 쏟았다.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원을 지냈던 낸 류자명은 아나키스트였다가 중국 최고의 농학자가 된 인물이다. 1920~1930년대 중국 무정부주의자들과 연합해서 항일운동을 벌였던 류자명은 의열단의 핵심 참모이기도 했다. 조선에서 농업학교 교사였던 그는 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나자 귀국을 단념하고 후난대(湖南大) 농예학부 교수로 후진을 양성하면서 중국 농학계를 선도했다. 일본에서 활동했던 박렬은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에 경도됐다가 해방 이후에는 민족주의 입장에서 '세계는 하나'라는 관점을 제시하면서 민족독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류기석은 베이징, 상하이 등지를 오가며 테러·군사활동에 가담하면서 중국 아나키스트들과 국제적 연대도 도모했다.
이들은 민족주의와 공산주의를 모두 비판하고 '제3의 길'을 추구했다.
그들은 당면 목표인 조국의 독립과 궁극의 과제인 개인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투쟁했다. 이들이 거부했던 것은 강권으로 민중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정부'였다. 하지만 냉전과 분단의 극한적 대립으로 목소리를 내지못한 채 결국 현대사 속에서 배제됐거나 묻혀졌다. 저자는 "아나키즘은 이념의 시대를 지탱한 중요한 사상적 축의 하나였다"면서 "아나키스트들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서 독립운동사를 더욱 풍부하고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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