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따뜻한 겨울' 실적 저조 주요업체 줄줄이 영업익 하락 기록적 성장 휠라도 브레이크 감염병 탓 봄 대목 기대어려워 소비위축 오프 매장 타격 심각
22일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신세계·롯데백화점 지하 광장이 텅 비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패션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따뜻한 기온으로 겨울 장사를 망친 데 이어 코로나19로 봄 대목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경우 현지 매장의 영업이 중단된 데다,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업체들은 지난해 4분기 겨울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집계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4850억원, 300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 21.1% 급감했다.
코오롱스포츠를 운영 중인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영업이익 8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5.9% 줄었다.
국내 패션업계 1위 한섬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매출 3842억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특히 따뜻한 겨울 날씨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출 감소세가 뚜렷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마다 기록적인 성장세를 지속하던 휠라홀딩스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해 4분기 휠라홀딩스 매출과 영업이익은 7895억원, 8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2.3% 각각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년 두 자릿 수 증가율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4분기 실적 개선 폭이 급격하게 축소된 것이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패션업계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역신장하거나 개선폭이 크게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겨울 장사를 망쳤던 패션업계는 봄 시즌을 맞아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맞닥뜨리면서 기대는 급격하게 냉각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임시 폐쇄에 들어간 백화점 등이 속출하고 있고,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매장을 방문하는 하는 고객의 발길도 끊겼기 때문이다.
여행객 수가 줄면서 면세점 판매 또한 여의치 않다. 사실상 패션업계는 봄 시즌 상품 매출이 집중되는 2~3월 장사를 접어야 하는 실정에 놓인 것이다. 특히 중국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경우 타격이 더욱 크다.
중국 전역에 4000여개 패션 매장을 운영 중인 이랜드그룹은 현지 당국의 지침에 따라 우한에서 운영하는 20여개 브랜드 317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우한 외 다른 도시 매장들도 쇼핑객이 크게 줄어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 점포가 입점해 있는 쇼핑몰이나 백화점이 문을 닫으면서 현지 매장도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현재로선 정부의 지침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패션업계 곳곳에서는 올해 봄 장사도 망쳤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 뿐 아니라 패션 매장을 운영 중인 가맹점주들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졸업식과 입학식이 열리는 이 맘때가 봄 시즌 상품 판매 대목인데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지난해 겨울에 이어 올 봄도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손님들이 오지 않아 피해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