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바람과 함께 내린 폭설로 인해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남원 부근 사매터널에서 탱크로리와 화물차가 추돌하면서 여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되지 않았지만 터널입구 안팍에 쌓인 눈이 결빙으로 이어져 블랙아이스 현상이 나타난 것을 차량들이 대비를 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만약 터널 진입을 앞두고 해당 차량들이 미리 완만하게 감속하면서 적정한 속도로 해당 구간을 주행했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아마도 그 상황에도 해당 구간의 제한속도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을 것이다.
고속도로나 국도의 제한속도 설정과 운영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많은 지적과 개선 요구가 있어 왔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고여 있거나 눈이 와서 도로에 결빙현상이 있어도 제한속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속주행이 이루어지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교량이나 터널 등 결빙과 안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간에서도 제한속도는 유지된다. 최근 인천대교 및 서해대교 등 주요 교량구간에 가변속도가 적용되어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판교-양재구간이나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중동-송내 구간처럼 거의 종일 정체가 발생하는 구간에도 시속 100km/h의 제한속도는 그대로다.
기존에 고정적으로 운영하던 속도제어를 가변형으로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차량들이 사고 개연성이 존재하는 구간에 진입하기 전 속도를 점진적으로 줄이도록 유도하여 해당구간에서 급속한 감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위 충격파(Shockwave)를 완화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다.
해당 구간에서 차량들의 속도는 낮아지지만 오히려 교통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혼잡에 따른 여파도 줄고 추돌사고 위험성도 감소한다. 스웨덴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국가들과 캐나다 및 미국의 여러 주들, 그리고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 가변속도제어를 확대·시행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로에 항상 응달이 지는 구역, 터널출입구나 교량구간 등 결빙이나 블랙아이스가 발생하거나 예측되는 구간에 가변속도제어를 적절하게 적용해야 심각한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 우선 해당 구간의 결빙 등 상황에 따라 적정 속도를 판단해 제한속도로 변경·지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다. 고속도로나 국도 등 자동차전용도로에 폭설과 기온 변화가 심하게 발생하면 도로관리기관인 한국도로공사나 지방국도관리청은 문제가 되는 해당구간의 진·출입구의 적정속도를 기존 제한속도의 절반 이하, 예를 들어 50km/h 혹은 그 이하로 미리 변경 지정하고 이를 도로에 표시하거나 차량 내비게이션 등에 실시간으로 안내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결빙취약 관리구간 약 400여개 지점 내 제한속도 조정방안을 마련해서 해당 구간의 특성과 기상 상황에 따라 제한속도를 유연하게 조정해 운전자가 적정속도로 운행하도록 하는 가변속도제어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빙 취약등급에 따라 일정 간격으로 속도표시장치를 설치해서 운전자들에게 알리고, 스마트폰 경로안내 앱에 표시함과 동시에 단속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적정속도 변경 조정만으로는 해당 구간에 진입하는 차량들의 충격파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구간 직전에 조정된 속도로 급감속할 경우 대부분 제동장치의 잠김 현상이 발생하여 차량이 미끄러지게 된다.
따라서 차량들이 해당구간 수km 전부터 단계적으로 속도를 완만하게 감속하도록 유도하는 추가조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50km/h로 지정된 해당구간 1km 전에는 60km/h를 제한속도로, 2km 전에는 70km/h, 3km 전에는 80km/h 로 가변 지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적으로 제한속도로 주행하는 차량들은 점진적으로 속도를 줄이면서 충격파 없이 해당 구간에 진입하게 되어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따뜻한 기온으로 결빙이나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 뉴스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온과 날씨의 변화가 심해지는 봄의 길목인 요즘에 대형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가변속도제어 적용에 필요한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어 굳이 시범사업을 먼저 해 볼 필요도 없다. 전면시행을 위한 해당부처와 도로관리기관의 결단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