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화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사망자는 4명, 누적 확진자는 556명에 달한다. 하루 전에 비해 사망자는 2명, 감염자는 123명이 증가했다. 또 6039명의 의심환자가 검사를 받고 있어 코로나19 감염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감염자수는 확진자 7만6936명의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다(일본에 정박중인 크루즈선 제외). 이에 따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경계(alert)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고, 이스라엘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상은 정반대다. 지역사회감염의 확산으로 '언제, 누구에게 감염될지' 모르는 극도의 불안이 일상화되면서 내수경제도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경제활력을 되살리겠다고 했으나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외부로부터의 감염원 유입을 차단하지 않고 국내 방역만으로 코로나19의 근절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확진자가 지난 20일 전후로 크게 늘었다는 사실은 이달 초부터라도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철저히 관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이미 미국과 러시아 호주 북한 등 41개국은 중국에 거주하거나 방문한 이들에 대해 입국 제한 및 금지 조치를 내렸다. 반면 우리 정부는 후베이(湖北) 지역 체류·방문자만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1월 23일 우한에 대해 봉쇄조치를 내리기 전에 이미 5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간 상황. 그렇기에 우리 정부의 조치는 국민의 안전이 아니라, 중국 눈치 보기가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 외교부의 "중국인 입국 금지는 정치적 조치가 아니라 의학적 조치"라는 단호한 발표가 부럽기만 하다.
3월 대학 개강일이 다가오면서 7만여 명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교육부는 입국하는 이들 유학생에 대해서 2주간 등교 정지조치를 내리고, 대학들이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들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유학생들을 2주간 격리, 관찰하라는 것은 넌센스다. 지금이라도 중국인들의 관광입국을 금지하고, 긴급한 업무가 있는 경우에만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국내 지역사회감염으로 한국이 관광 기피 지역으로 간주돼 중국인들의 입국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한국으로 자녀 유학 보내기를 주저하는 상황이란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은 인성이 사라진 존재가 된다. '3번 환자', '31번 환자' 등 개인의 이름은 사라지고 번호로만 불린다. 완치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존재로 낙인이 찍힌다. 더 무서운 것은 지역사회 감염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피폐하게 되는 것이다. 주변인을 믿지 못하고, 서로 경계하며 누군가에게 책임을 씌우려 한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코로나19의 온상지가 된 대구 신천지 교회와 그 교인들에 대해서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신천지 교인들의 부주의를 탓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신천지 교인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그들의 인권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한 대구나 청도의 주민들도 거주 지역을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소외당해서는 안된다. 부정확한 정보나 음모론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번지는 정보전염병(infodemic)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추세로 볼 때 코로나 19가 당장 3월이나 4월에 근절되지 않을 것이기에. 먼저 외부로부터 감염원 유입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 또 감염자들의 행적을 조기에 추적해서 추가 감염자를 막아야 한다. 대한의사협회에서 권고하듯, 감염의심자들이 찾아갈 수 있는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지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염자가 방문했거나 치료받은 병원의 응급실과 치료실을 폐쇄하는 현재의 조치는 또 다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폐쇄로 인해 당장 교통사고 환자를 비롯한, 응급 환자들이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 정부는 또한 높아지는 의료진들의 피로도와 감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비록 골든 타임은 놓치었지만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