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보다 강한 실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금 / 윌북 펴냄

책은 실과 직물에 대한 13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의 역사는 그동안 학술적으로는 저널리즘으로 본격적으로 다뤄본 적 없는 주제다. 직물과 실을 만드는 것은 주로 여성의 일이었다. 그렇기에 기록으로 된 글이 많지 않다. 주로 구전으로 전해졌다. 저자는 실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세계 각지를 찾아다녔다. 린넨으로 시체를 감싼 이집트인들, 중국의 비단 제작 비밀, 중세 유럽 왕족들의 레이스 경쟁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실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했다. 교역, 산업혁명, 과학발전의 동력이 됐다. 작은 실 하나가 어떻게 역사를 움직였는지, 역사적 사건과 전개의 이면에 실이 왜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되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실과 직물처럼 잘 썩는 물질들은 역사의 기록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남성이 절대 다수인 고고학자들은 선사시대에 '도자기시대'나 '아마시대'가 아닌 '철기시대'나 '청동기시대'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이 얼마나 폭력적인 발상인가?"라고 반문한다. 인간의 먹고 사는 데에 가장 밀착된 것이 실이었는데도 말이다. 실로 옷을 만들고 추위를 막았다. 실과 직물이 만들어낸 역사적 변천의 다기다양함을 찾아낸 시각이 참신하다. 바이킹족이 유럽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천으로 만든 돛 덕분이었다는 해석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잉글랜드가 유럽대륙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양모가 있었다. 18세기 산업혁명은 철이나 석탄 이상으로 실과 직물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고 보면 실은 총보다 강하다.

저자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는 브리스톨대를 졸업하고 옥스퍼드에서 복식사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이코노미스트에서 편집자를 지냈다. 전세계 색이름에 얽힌 이채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한 전작 '컬러의 말'은 12개국에서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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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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