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조원태(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를 등에 업은 직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지우기에 나섰다.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을 매각하기로 하면서다.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왕산레저개발은 조 전 부사장이 호텔사업과 함께 공을 들인 레저사업 핵심 계열사다.

◇'돈 안 되면 접는다'…칼 빼든 조원태 = 대한항공은 6일 이사회를 열고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토지(3만6642㎡), 건물(605㎡) 매각과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비수익 유휴자산과 비주력사업을 매각해 적극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고 대한항공 측은 설명했다.

앞서 작년 11월 20일 조 회장은 해외 기자간담회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약 한 달 만에 대한항공은 전 직군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는 2013년 이후 6년 만이었다. 당시 퇴직자는 110여 명이다.

곧이어 계열사 중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계열사들 역시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이날 매각 방침을 밝힌 왕산레저개발은 가장 유력한 정리 대상이었다. 왕산레저개발은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2년 영업손실 1082만원을 낸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2억7775만원, 2017년 20억4347만원, 2018년 22억9424만원 등 해마다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진그룹 지주사격인 한진칼 2대주주 KCGI는 작년 1월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 제안하며 왕산마리나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 검토할 것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한진그룹, 조현아 지운다…수세 몰린 한진가(家) 장녀 = 대한항공의 왕산레저개발 정리는 조 전 부사장의 그림자를 지우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이전까지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룹 내 호텔·레저사업에 대해 애착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작년 조 회장이 한진그룹 키를 쥐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진가 모녀가 경영에 복귀한 것과 달리, 조 전 부사장만 유독 경영에서 배제됐다. 조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용국 칼호텔네트워크 대표 겸 왕산레저개발 대표도 작년 사임한 상태다.

조 전 부사장은 한때 적이었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반(反) 조원태' 노선을 택했지만, 가족들도 모두 등을 돌렸다. 모친과 동생이 모두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도 전했다.

한편 현재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측 '연합군'은 각각 33.4%, 31.9%의 의결권 유효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격차는 1.47%P(포인트)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작년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막았던 국민연금이 이번엔 아들인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을 결정하는 칼자루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기관 투자자와 소액 주주 등의 표심이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김양혁기자 mj@dt.co.kr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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