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0% 캡룰' 조기 적용 검토
파운드리사업 분사 가능성 나와
SK 모빌리티 등 신성장 사업 의지
SKT의 자회사 분리 상장 등 언급
LG 구광모號 3년차 변화에 속도
전지사업본부 전략적 방안 모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재계, 판이 바뀐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과 SK, LG 등 대기업에도 사업 재편과 지배구조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금융당국의 '30%캡룰' 조기도입 움직임에 따라 분할을 바라는 금융투자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SK텔레콤의 분할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계열사의 사명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구광모 체제 3년 차를 맞은 LG그룹 역시 사업재편과 지분 정리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지속 중인 가운데, 올해 역시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 검토 등 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새판짜기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30% 캡'에 파운드리 육성 등 숙제=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지난 연말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분사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코스피200 지수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을 30%로 제한하는 '30%캡룰'을 조기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말 한국공학한림원 신년하례식에서 파운드리 분사에 대한 질문에 "아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시장 일부에서는 2030년 비메모리 세계 1위 달성의 핵심인 파운드리를 키우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시스템반도체 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 세트 사업까지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특성 상 경쟁사들이 위탁생산을 맡기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고려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시스템LSI에서 분리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7.8%로 전 분기(18.5%)보다 소폭 떨어진 반면 경쟁사이자 세계 1위인 대만 TSMC는 4분기 52.7%의 점유율로 전 분기(50.5%)보다 올라간 것으로 관측됐다. 기술력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삼성 파운드리를 꺼려하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퀄컴의 경우 주력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인 '스냅드래곤 865'는 TSMC에, 보급형인 '스냅드래곤 765·765G' 모델은 삼성전자에 각각 생산을 위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역시 아이폰용 플래그십 AP인 'A13' 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다.

다만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삼성전자의 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 2016년 잠시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을 검토했다 6개월 여 만에 포기한 적이 있고, 지금도 큰 흐름에서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또 '국정농단'과 관련한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등 여러 사법 리스크도 아직까진 부담이다. 그러나 업계 일부에서는 공정거래법 상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금융 계열을 포함해 지배구조 재편의 포석을 마련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고 있다. 사업 리스크를 일정 수준 해소할 경우 변화의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사명 변경·상장' 추진 중인 SK…이혼소송 등 변수= 삼성에 비해 SK그룹은 지배구조 재편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한층 더 높다. 올 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텔레콤의 사명변경과 자회사의 분리 상장 등의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역시 일부 계열사의 사명변경 가능성을 공개했다.

이는 모빌리티 등 신성장 사업을 키우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지만, 증권업계는 이 같은 사업 재편이 지난해 추진을 검토했던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분리 작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으로 성장한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끌어올려 활용도를 높이고 동시에 지난해 말 불거진 최태원·노소영 간 이혼소송에 따른 지분 구도 문제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SK의 자사주 매입에 이어 오너 이혼 소송 보도로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다시 불거지는 양상"이라며 "당장 지배구조개편에 돌입할 가능성은 작지만 장기적으로 오너 지분율 하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SK그룹이 SK의 기업 분할·합병 작업을 통한 오너 우호 지분 늘리기에 나서는 가운데 SK텔레콤의 물적 또는 인적 분할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구광모 3년차 LG, 신성장 중심 사업재편 속도=10대 그룹 가운데 4세 경영체제에 가장 먼저 진입한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3년 차를 맞아 지배구조 재편에 한층 더 속도를 낼 가능성이 엿보인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으로 대표하는 신사업이다. LG화학은 올 초 전지사업본부를 분사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아직 결정사항은 없다는 답변을 덧붙였지만, 업계에서는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대규모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사업의 특성 등을 고려했을 때 분사와 상장 등으로 재무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시너지 등을 고려해 자동차 전장부품 등 다른 계열사의 사업도 합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구광모 회장 체제 이후 LG의 선택과 집중 행보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를, LG화학은 자동차 접착제 전문회사 미국 유니실을 각각 인수했고,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인수하고 'LG헬로비전'을 출범시켰다. 반대로 연로전지와 전자결제사업 등 비주력 사업은 청산·매각 등으로 발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구광모 회장(15%·보통주 기준) 다음으로 개인 지분이 많은 구본준 LG그룹 고문(7.72%)의 계열분리 여부도 관심사다. 지금까지 LG그룹은 '장자 승계'와 '형제 독립'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왔다. 지주사인 LG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46.55%에 이르는 만큼 구본준 고문의 지분 없이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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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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