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KCGI·반도건설 연합
의결권 유효지분 32% 확보에
지배구조 개선 등 전방위 압박
주주제안 내용 의견도 조율 중
조원태 회장, 경영권 방어 사활
사면초가 상황서 우호지분 관건



재계, 판이 바뀐다

한진그룹은 총수가의 갈등이 심화하며 지배구조 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설 채비를 하면서다.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언과 달리, 한진그룹은 2대(代)에 걸쳐 가족 간 불화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과 지난 1월 31일 공동 전선 구축을 공식적으로 알린 데 이어 한진칼 주총에서 제안할 내용에 대해 최종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자의 주주제안은 기본적으로 작년 1월 KCGI가 한진칼과 한진, 대주주 측에 공개 제안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할 전망이다. 당시 KCGI는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들이 공동 입장문에서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어느 특정 주주 개인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그동안 소외됐던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증진하며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도 결국 이 같은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상법상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직전 연도 정기 주주총회일 기준 6주 전에 이뤄져야 한다. 작년 한진칼 주총이 3월 29일에 열렸던 점을 고려하면 주주제안까지 남은 기간은 2주 정도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정점으로 '한진칼→대한항공→다른 계열사'로 이어진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최대주주면서 진에어(60%), 칼호텔네트워크(100%) 등 핵심 회사들을 갖고 있다. 이처럼 한진그룹은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어 계열분리가 쉽지 않다. 호텔사업을 떼려면 칼 호텔네트워크 등 계열사 분사와 함께 해당 기업 지분을 조 전 부사장이 다시 가져와야 한다. 방식도 복잡한 데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경영 복귀를 하지 못한 조 전 부사장의 경우 다른 가족과 달리 상속세를 내는 데는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 조 회장 대신 '외부세력'과 조 전 부사장이 손을 잡게 된 배경으로 해석된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지분 공동보유 계약으로 의결권 유효지분 기준 31.98%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조 회장 본인의 지분은 6.52%에 불과하다.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줘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이 22.45%가 된다. 여기에 그룹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10.00%)과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 카카오(1%)의 지분까지 더하면 33.45%가 되지만 '연합군'의 지분과 불과 1.47%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인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 지분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양혁기자 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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