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재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남매의 난'으로 촉발된 한진 총수일가 갈등은 급기야 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철수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과 SK, LG 그룹도 분사와 사명변경 등을 통한 사업재편을 검토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재계 판도도 요동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과 기업결합을 완료할 경우 재계 순위가 8위에서 7위로 한 계단 오른다. 또 한때 재계 7위 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완료될 경우 6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대신, 33위였던 HDC현대산업개발은 17위로 수직상승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가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 반발해 오는 3월 말 있을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안을 제안키로 하고 현재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과 공동 전선 구축을 선언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동생의 반대로 경영 복귀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한진가 남매 갈등이 봉합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진칼의 주총 결과에 따라 호텔계열의 분리 등 여러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수년 간 미뤄왔던 지주회사 전환의 길이 열렸다. 2년 전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당시 무리한 요구를 했던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작년 말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을 모두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재계 1위인 삼성은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장으로부터 분사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시가총액 비중 30% 상한제(CAP) 조기 도입 움직임 때문이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승격을 위한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재추진 가능성 등이 점쳐진다. 올 초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가 이미 일부 자회사 사명 변경과 상장 검토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최태원 회장과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이 재산분할 분쟁 국면에 접어들면서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게 재계의 관측이다.

LG그룹의 경우 올 초 등장한 LG화학 배터리 사업 분사 검토설에다, 구광모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아직까지 미루고 있는 '형제 분리'의 숙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그룹 재편 가능성이 열려있다.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지난달 별세한 롯데그룹의 경우 신동빈 회장 '원톱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호텔롯데' 상장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남은 퍼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 초부터 남매의 난을 비롯해 엘리엇의 현대차 이탈 등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이슈가 쏟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전자투표제 도입과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움직임 등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주총은 예년보다 훨씬 뜨거운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김양혁기자 comja77@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정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