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산업 경쟁법칙 달라졌지만
기업혁신·산업재편 못따라와
AI·빅데이터 법제 정비 필요

조황희 STEPI 원장이 2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과학기술혁신정책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STEPI 제공
조황희 STEPI 원장이 2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과학기술혁신정책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STEPI 제공


과학기술정책硏 포럼

"확실한 규제혁신과 디지털 전환전략 없이는 국가R&D(연구개발) 100조 투자의 의미가 없다. 기술개발 결과가 시장으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나서서 새로운 경쟁법칙을 만들고, 법이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게 해야 한다."

올해 정부 R&D 예산이 24조2000억원, 정부·민간을 포함한 총 국가 R&D 투자가 약 100조원에 달할 전망인 가운데 R&D 투자규모에 걸맞은 국가 혁신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R&D 결과물이 시장과 산업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장애물을 없애 R&D 투자가 미래먹거리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조황희·사진)은 2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과학기술정책포럼을 열고 2020년 과학기술혁신정책 키워드를 제시했다.

국내 R&D 투자비중은 정부가 22.5%, 민간이 76.2%, 해외기관이 1.3%를 차지해, 민간 투자가 정부 예산의 약 3배에 달한다. 올해 정부 예산이 24조2000억원에 달해, 민간 포함 총 투자가 약 100조원으로 예상된다. 정부R&D는 1980년대 후반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08년 10조원, 작년 20조원을 돌파했고, 정부 계획 상 2023년에는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R&D 투자규모에 걸맞은 혁신생태계가 부족하다 보니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STEPI는 이날 내부 전문가 10인이 꼽은 올해 과학기술정책 이슈를 담은 '아웃룩 2020'을 공개하고, 규제혁신과 디지털전략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량 STEPI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은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혁명 기술 확산으로 농업부터 자동차까지 기존 산업의 경쟁법칙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고, 적응 여부에 따라 국가·기업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라면서 "주력산업 혁신과 신기술 발전을 가조막는 규제와 법제도를 과감히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법칙 전환과정에서 기득권 충돌과 보호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서두르고, 국가가 주도해 신기술 기반 경쟁법칙 전환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현 STEPI 혁신기업연구단장은 "글로벌 디지털 진화지수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술수준은 높지만 활용을 통한 미래성장 가능성은 낮은 정체군에 머물러 있다"면서 "정부 정책이 R&D 육성에 초점을 맞춰 기업혁신과 산업재편,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R&D 투자를 늘려도 기술이 적용될 산업현장이 디지털 혁신생태계로 발전하지 않으면 효과를 얻기 힘들다"면서 "디지털 혁신을 돕는 빅데이터와 SW 서비스 기업을 육성하고, 중소기업이 변화에 나설 수 있도록 스마트팩토리, 빅데이터, 네트워크 등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간 경쟁에 의해 디지털 생태계가 자율적으로 형성되도록 생태계간 진입장벽과 규제 완화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양승우 STEPI 혁신시스템연구본부장은 "국가R&D 100조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법제 시스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과학기술기본법 체계를 개현하고, AI·빅데이터 등 기술변화에 대응한 법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법령 폐지에 대해 적극적 인센티브를 부여해 규제의 주체인 공무원이 스스로 규제혁파에 나설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화 STEPI 국가연구개발분석단장은 고령화·기후변화 등 대형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향적 혁신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복잡하고 오랜 조정과정이 필요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술과 규제·인프라·서비스가 병행돼야 하는 만큼, R&D·인력·제도·정책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면서 "관련 부처와 기관간 공조를 유도하기 위해 협력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황희 STEPI 원장은 "신기술 기반 산업 구조변화, 기후변화 등 글로벌 난제, 국가간 무역갈등 등 현안 속에서 과학기술 투자와 국가 혁신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면서 "미래 변화에 대응한 국가 핵심의제를 뒷받침하는 전략방향과 실천과제를 제시하는 국가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