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설 연휴를 마치고 국민들이 생업 현장으로 돌아왔다. 이동이 가장 활발하고 가족 친지간 이야기꽃을 피우는 명절 연휴에는 여론의 향방이 드러난다.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번 명절 여론은 더 각별하다. 투표일까지 두 달여 남았지만 가족·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표출되는 민심은 투표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명절의 '밥상머리 민심'은 그동안 민의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고, 정치권은 그것을 수렴해 선거 전략을 세웠다. 이번에도 예의 정치권은 설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설 명절 관련 민심보고'를 통해 "검찰의 일은 정부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며 2월 민생 임시국회를 제안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만나는 사람마다 살기 너무 힘들다, 제발 경제 좀 살려 달라라는 얘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4월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는 국민이 많았다고 했다. 여당은 민생을, 제1야당은 정권심판을 민심이라고 했다. 여당이 들은 '민생 집중'은 검찰개혁 미명 아래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 조직을 해체하고 좌천시키는 데 대한 우회적 핀잔이고 경고라 할 수 있다. 국민 삶을 재단할 수 있는 법 제·개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어떻게 민생을 잘 살필 수 있느냐는 물음인 것이다. 한국당도 국민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권 심판을 주장하면서 어느 하나 실질적 대안을 못 내놓고 있지 않은가. 한국당은 텃밭인 자유민주 시장경제 세력의 마음도 온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 경제활력이 추락하고 집권세력의 포퓰리즘이 도를 넘었는데도 대안은커녕 같이 영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권여당은 작년 말부터 예산안,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며 승리감에 도취돼 있다. 한국당은 조국사태가 촉발한 작년 '10·3 국민저항집회'의 분위기에 휩싸여 보수통합만 하면 국민이 표를 몰아줄 듯 착각하고 있다. 이번 설 명절의 진짜 민심은 '반짝 민생 긷기'가 아니다. 무너져 내리는 한국경제의 기반과 외교안보의 틀을 추슬러 불안을 떨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여야 공히 설 명절에 드러난 민심을 오독·왜곡하면 총선에서 필패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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