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니얼 임머바르 지음 / 글항아리 엮음
원제는 '미국은 어떻게 제국임을 감춰왔는가'(How to Hide an Empire: A History of the Greater United States)다. 저자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건국 초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벌인 전쟁과 영토 확장의 역사를 탐구한다. 그는 미국의 번영 원동력으로 전쟁, 전략, 그리고 은밀한 확장력을 지목한다.
미국인들은 땅의 원래 주인인 인디언들을 학살하고 내쫓아 영토를 늘렸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서부개척이 마무리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1896년 미국-스페인 전쟁이 시발점이었다. 이 전쟁으로 쿠바, 필리핀 등지를 얻었다. 또한 천연비료인 해조분(海鳥糞)을 조달하기 위해 카리브해와 태평양의 섬 100여개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은 약 800개의 해외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보유한 해외기지를 모두 합해봐야 30여개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면 엄청난 숫자다. 미국은 자신의 영토에서 다양한 자원을 획득했고 그곳을 기지화해 전 세계를 무력으로 제압했다.
그런데 미국은 확실히 독특했다. 영국이나 스페인과 달리 미국은 식민지 영토를 관리하는 이전의 제국과는 달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고도 식민지를 확보하지 않았다. 미국은 일본, 독일, 남한 등 일시 점령한 지역을 욕심내지 않았다.
가장 결정적 이유는 기술 변화에 있다. 플라스틱 등 합성소재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식민지에서 가져온 원재료가 산업 발전의 필수 요소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대신 장기 또는 영구 대여 형태로 전략지역에 기지를 마련하고 미군을 주둔시켜 관리하는 데 만족했다. 당시 세계사의 트렌드에 맞게 식민지를 포기한 것은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저자의 결론은 미국은 애팔래치아산맥 너머 인디언 영역으로 뻗어나가던 시절부터 제국이었고, 지금도 제국의 속성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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