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으로 경쟁 승부수
IT시스템 개선 기업 80곳 참여
웹표준 단말 금융권 첫 적용도



데이터 산업 현장을 가다
⑤ KB국민카드


"디지털 경쟁력에서 확고한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 톱라인에서 바텀라인에 이르는 모든 업무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작은 혁신'들을 상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동철(사진) KB국민카드 대표가 이달초 신년사를 통해 전 직원들에게 던진 주문이다. 급변하는 시장과 경쟁에서 앞서가는 해법을 '디지털 혁신'에서 찾겠다는 선언이다.

이 대표가 던진 또 다른 키워드는 '고객'과 '데이터'다. 그는 "데이터 역량을 활용한 '초개인화 마케팅'의 지평을 확대하고, 정부의 관련 법 개정에 따라 진행되는 마이데이터 개인종합자산관리(PFM) 시장에 새롭게 진출해 서비스 라인업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KB국민카드를 '디지털마케팅회사'로 바꾸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빅데이터와 커넥티드카를 핵심 투자영역으로 꼽아왔다.

최근 방문한 서울 종로구 KB국민카드 IT서비스본부는 신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와 사업방식을 혁신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KB국민카드는 IT시스템 전체를 빅뱅식으로 재구축하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작년 9월 일정 연기 없이 성공적으로 끝내고 시스템을 오픈했다.

이 사업을 통해 2010년 기존 시스템 개통 이후 10년 만에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고객을 더 정밀하게 파악하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도 고도화했다.

송성섭 KB국민카드 IT서비스개발부장은 "준비에만 2년, 구축에 2년이 걸린 매머드급 프로젝트였다"면서 "외부 인력만 1만 맨먼스(한 사람의 한달 작업량)를 투입하고 대규모 예산을 들여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인프라를 전면 개편, 디지털 금융 시대를 앞서갈 기반을 한 단계 강화했다"고 말했다.

사업에는 80개 전문기업이 참여해 시스템에 기술을 녹여 넣었다. 폐쇄적 구조의 대형 메인프레임 장치를 x86 기반 리눅스 서버로 다운사이징하고, 일부 시스템은 퍼블릭 클라우드 전환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고자 프라이빗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국내 은행·카드사 중 메인프레임을 x86 리눅스 서버로 바로 바꾼 최초의 사례다.

IT시스템 재구축으로 카드업무, 상품관리, 고객관리, 콜센터, 디지털채널 등 전체 업무체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9월 시스템 오픈 후 KB카드 직원과 전국 KB국민은행 지점의 2만여 사용자가 안정적으로 사용 중이다.

KB국민카드는 고객과 직원들이 IT시스템을 사용하는 접점인 UI(사용자인터페이스)에도 공을 들였다. HTML5 웹표준 플랫폼으로 전체 UI를 통일해 1만여 개에 이르는 사용자 화면이 하나의 컨셉으로 다가가도록 했다. 액티브X 기술의 보안 취약점을 해결하고, 특정 브라우저 종속문제도 없앴다. 전문기업 인스웨이브시스템즈가 KB카드와 호흡을 맞췄다.

송성섭 부장은 "금융기관에서 UI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이전에는 계정계·정보계 단말 외 14개 단위 업무시스템마다 UI가 제각각이고 메뉴체계가 다르다 보니 불편이 컸는데, UI 통일로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계정계 시스템 전체에 웹표준 단말을 금융권 최초로 적용했다. 계정계 시스템은 방대하고 복잡한 데다 연결된 기기 종류도 많아 그동안 금융기관들이 웹표준 채택을 주저했지만, 앞으로의 기술 트렌드는 HTML5 기반 웹단말이란 판단 하에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송 부장은 "차세대 프로젝트의 키워드가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생태계 구축'이었다"면서 "x86 플랫폼과 웹단말 도입도 그 일환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시스템 안정화를 끝낸 IT서비스본부는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표준화가 덜 된 시스템의 UI·UX를 바꾸고, 디지털채널과 빅데이터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차세대 사업을 통해 지급결제 시장에서 가장 트렌디한 업무체계를 구현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카드사업의 경계를 뛰어넘은 신사업을 펼쳐 금융생태계 변화를 앞서가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IT 조직의 핵심 미션은 시스템 운영이 아닌 서비스 혁신으로 바뀌었다.

올해 투자의 두 가지 키워드는 인터넷·모바일과 빅데이터다. 특히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현업부서 중심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데이터레이크 기반 위에 BI(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솔루션을 이용해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가치를 만드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스마트한 상품 설계, 정밀한 최적상품 추천시스템, 외부 데이터와 융합된 AI(인공지능) 기반 초개인화 마케팅 등을 통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루틴한 업무를 SW로봇이 사람 대신 해주는 RPA(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는 전담팀을 2년 전 구성해 도입했고, 적용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과거에 없던 서비스를 선보이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이달부터 시작했다. 현업의 요구사항을 IT시스템에서 빠르게 구현하기 위해 현업조직에 IT인력을 배치한 애자일 조직체계도 확대하고 있다.

기동간 KB국민카드 IT서비스개발부 팀장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차세대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각 개인의 역량이 많이 업그레이드됐고, 내부 조직간 협업체계도 단단해졌다"면서 "차세대를 통해 높아진 역량과 팀워크가 앞으로의 혁신활동에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성섭 부장은 "주 52시간제로 인해 비슷한 시기에 추진된 차세대 사업들이 잇따라 개통 연기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체계적인 변화관리와 참여기업들과의 신뢰, 적극적인 소통을 토대로 적기 오픈을 이뤄냈다"면서 "현업, IT 할 것 없이 참여인력 전체가 하나가 되고, 김명원 CIO를 중심으로 과거와 차원이 다른 프로젝트 관리기법을 도입해 역경을 이겨냈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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