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민생 우선', 해법은 '정쟁 중단' vs '더 강한 투쟁' 제각각 여야 정치권이 모두 설 민심에서 '민생'을 읽어냈지만, 21대 총선 전에 밀려 있는 민생과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보다 걱정이 더 크다.
당장 2월 임시국회를 열어 남은 입법 현안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여야는 아직 국회 일정도 합의하지 못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7일 각각 원내대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설 연휴 동안 파악한 설 민심을 전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설 민심은 한 마디로 민생 먼저였다"고 했고,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제발 경제 좀 살려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민생'을 우선하라는 민심의 주문은 같았지만 여야의 대응방식은 사뭇 달랐다. 이 원내대표는 "그만 싸우고 일 좀 하라는 말씀, 선거만 신경쓰지 말고 국민에게 도움되는 일부터 하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면서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 원내대표는 "한국당에 좀 더 세게 잘 싸우라는, 분발을 촉구하는 의견들을 들었다"면서 설 연휴 이후로도 강한 대여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여야가 민생을 앞세운 만큼 2월 임시국회를 열 가능성은 크다.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두고 민주당은 2월 초, 한국당은 2월 중순에 열자고 의견이 엇갈려 있지만, 21대 총선 전 임시국회를 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의사일정을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산적한 민생현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얼마나 처리할 수 있느냐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170여개 법안은 물론 각 상임위원회가 심사 중인 법안 중에서도 중요한 민생법안은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민생법안으로는 'DLF사태'나 '라임사태'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소재·부품·장비산업을 지원하는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국유지에 생활SOC(사회간접자본) 허용하는 국유재산법, 역별 골목상권 육성 위한 지역상권상생법,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하는 대·중소기업 상생법 등과 부동산·주택시장 안정화에 필요한 종합부동산세법, 미세먼지 줄이는 노후경유차 관리특별법,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특별법 등 개정을 추진할 생각이다. 특히 검찰개혁과 맞물려 있는 경찰개혁(자치경찰제 도입 등)과 국가정보원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을 매듭짓고,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입법도 손봐야 한다. 21대 총선에 대비해 선거구획정도 빠른 시일 내 정비해야 한다. 이 원내대표는 "2월에 임시국회를 열자는 것은 (야당과 조율이) 됐다. 법사위에 계류된 법은 다 처리한다는 것까지는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상임위에서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것은 추가로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의사일정을) 확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민생법안 처리는 국회의 의무다. 이번 총선에서 누가 민생정당인지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당이 순순히 임시국회에 응할지 미지수다. 한국당은 시급한 민생법안이나 선거구획정 관련 협상에는 나서겠다는 의향을 보이고 있으나 경찰개혁 등에는 협조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심 원내대표는 "여당이 경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런 법은 그동안 해오던 대로 날치기 집단인 4+1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진행하는 게 맞는다"면서 "한국당은 당장 협조할 생각이 없다. (여당이) 민생을 주장하지만, 민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법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당장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심 원내대표는 "(연휴 동안) '4월 총선에서 반드시 정권을 심판하겠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면서 "한국당은 이런 국민들의 설 민심을 잘 새기면서 열심히 일하겠다"고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인사 논란 등에 맞서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김미경·윤선영기자 the13ook@dt.co.kr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설 명절 관련 민심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