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현대차그룹과 LG, 포스코 등 국내 대표 대기업들이 연합한 '배터리 코리아 어벤저스' 출범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현대차와 LG화학이 지난해부터 합작법인 설립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케미칼도 최근 LG화학에 1조8533억원 규모의 배터리 소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는 등 전기차에서 배터리 소재에 이르는 전방위 벨류체인을 구축할 지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현대차는 지난해 하순부터 배터리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해 다각도의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작법인 설립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경우 최근 여러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고, 현대차그룹도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어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들어간다"며 "포스코 역시 배터리 소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있어 LG화학 등과의 협력 확대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LG화학의 경우 중국 지리자동차에 이어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고, 현대차그룹은 내년에 EV전용 모델을 출시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연간 순수전기차(EV) 100만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포스코 역시 최정우 회장 체제 출범 이후 배터리 소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가장 집중해 키우고 있다.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합병하고 사명을 포스코케미칼로 변경했으며,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20%, 매출액 17조원 규모의 그룹 대표사업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각 사의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국내·외에 걸쳐 수조원 단위의 대규모 협력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 비중이 국내 2대 해외 8 수준이고, 주요 국가들이 전기차와 배터리의 자국 생산을 유도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해외 동반 진출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일부 언론이 현대차와 LG화학이 당진에 합작공장을 짓는다는 보도를 내자 양측 모두 "다각도의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의 경우 특정 부품 업체에 의존할 수 없고, 배터리 업체 역시 마찬가지로 이 같은 답이 나왔을 것"이라며 "하지만 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점은 양쪽 모두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배터리를 반도체에 이은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점 역시 국내 업체 간 합작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청와대는 작년 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현대차·LG·SK·롯데 등 5대 그룹 관계자와 만났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대기업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언급)한 것이고, 이를 제출하라는 의무감을 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동 신사업 아이디어를 내놓으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는 부인했지만, 정부가 대기업의 공동 프로젝트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들의 미래 성장동력을 지정하고 합작을 유도하는 것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면서도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지원으로 시장이 알아서 산업을 키우도록 이끄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017 CES(소비자가전쇼)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 자율주행에 탑승,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메리 바라 GM 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작년 12월 미국 미시간주 GM 글로벌테크센터에서 배터리셀 합작법인 계약을 체결했다고 있다. <LG화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