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적어도 238개 기업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식 수 부족에 따른 안건 부결 사태를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엔 188개사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어려움을 겪었다.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면서 나타난 기현상으로 올해는 이런 주총 대란이 더욱 심해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주총에서 최소 238개 이상 기업이 대주주 지분 부족 등으로 인해 의결정족수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상장회사협의회는 추산했다. 섀도보팅 폐지 이후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정기 주총 안건이 부결된 상장기업 숫자는 지난 2018년 76개사에서 작년 188개사로 2배 이상 늘었다.
안건별로는 감사(위원)선임(149건, 62.6%), 정관변경(52건, 21.8%), 임원보수승인(24건, 10.1%) 순으로 많이 부결됐다. 감사(위원)는 회사경영을 감독해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상법상의 핵심 기관으로서 감사(위원)를 선임하지 못한 회사들은 당분간 비정상적인 기업지배구조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요 기업들은 올해 극심한 사외이사 구인난을 겪을 전망이다. 최근 주주·기관투자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상법 등의 개정으로 주총을 불과 두 달가량 앞두고 적지 않은 기업들이 기존 사외이사 재선임이 불가능해져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다.
상법 개정의 골자는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 ▲이사 후보자의 체납 사실 등 정보 공개 ▲기관투자자의 지분 대량보유 보고 의무(5%룰) 완화 등이다.
오는 3월 주총에 새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사는 566개사,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18명에 이르는 것으로 상장회사협의회는 추산했다. 설 연휴를 끝으로 많은 기업이 주총 준비작업에 비상이 걸린 이유다.
이중 중견·중소기업이 494개사(87.3%), 615명(85.7%)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가 높은 대기업의 경우 지원자가 많아 사외이사 선임에 큰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 사외이사는 기업 인지도나 보수 등 여러 면에서 선호도가 낮아 기업이 어렵게 모셔와야 하는 입장인 만큼 사외이사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후보자의 체납 사실, 부실기업 임원 재직 여부, 법령상 결격 사유 등을 함께 공고하도록 한 것도 사외이사 확보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특히 지난 2017년 말 섀도보팅(불참 주주의 의결권을 한국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제도) 폐지 이후 주총 때마다 의결정족수를 확보하느라 몸살을 앓았던 경험이 올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로 한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작년 정기주총에서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했으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안건이 부결됐다.
이 회사 IR 관계자는 "작년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 대행사들도 몇 곳 접촉했는데 수수료로 최소 5000만원 이상을 요구해 포기했다"며 "직원들이 주총 전날까지 직접 주주명부를 들고 전국으로 주주들을 찾아다녔지만, 주소가 잘못되거나 안 만나주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