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문재인 대통령은 14일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의 부정적인 지표는 점점 적어지고 긍정적인 지표는 점점 늘어난다"고 했다. 어떤 부문이 어떻게 좋아지고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근거 없는 낙관이다. '집값 원상회복'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까지 내세우며 부동산시장만큼은 끝 없이 대책을 내서 확실히 잡겠다고 했다. 집값 상승은 정책 잘못 때문인데 투기세력 탓으로 돌리거나, 공급방안은 접어두고 수요억제책만 동원하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어렵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경제를 이끌어갈 동력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도 고용 회복과 소득불평등 개선을 언급하며 기존의 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 경제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통계 오독(誤讀)이었다.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외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최저임금 과속인상, 노동시간 단축, 각종 기업규제 등 일자리 만드는 기업을 옥죈 결과다. 국민연금으로 기업경영을 간섭하겠다는 것이나 '타다' 금지법에서 보듯 규제의 그물은 즐비하다.

정부 정책과 경제의 흐름을 보면서 한국경제가 수십 년간 힘들게 쌓아올린 공든 탑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2019년 경제는 2% 벽을 넘지 못하는 저성장과 충격적인 수출 감소, 일자리 절벽, 경기침체로 얼룩졌다. 과거 외환·금융위기나 오일쇼크 등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이를 극복하려는 정책적 대응과 국민적 노력이 있었고 그런 결과 위기를 겪은 다음 해에는 성장률이 회복되거나 급등했다.

지금은 경제난의 원인도 실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니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정부는 2019년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했고 고용률도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자찬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일자리 예산은 77조원이나 투입했다. 세금으로 노인 단기 일자리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놓은 걸 자찬할 일은 아니다. 경제의 허리인 30·40대 일자리와 질 좋은 제조업·서비스업 일자리는 줄었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87만 명이나 급증했다는 사실에는 왜 말이 없는가.

정부는 올해 100조원 투자(공공기관 60조원, 기업 25조원, 민자 15조원) 프로젝트를 가동해 2.4%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로운 투자프로젝트를 어디서 어떻게 발굴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고 공공기관이 투자를 주도한다는 점도 문제다. 상반기에 재정의 62%를 투입한다는 것도 4월의 총선을 의식한 것이겠지만 성장 기여도에서 재정이 민간을 추월하면 민간의 경제 활력은 수축된다. 그런 경제는 지속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기초연금, 청년수당 등 현금성 복지 지출이 크게 늘어나 복지예산은 2020년 예산 512조원의 35%에 이른다. 국가부채는 700조원이라고 하지만 정부를 대신해서 국가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의 부채와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하면 사실상의 국가부채는 1700조원에 이른다.

대런 에쓰모글루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 "국가의 빈부결정은 경제제도가 핵심이고 그런 경제제도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다. 좋은 경제제도는 좋은 정치제도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한국경제가 회생하려면 경제를 정치의 잣대로, 또는 정부주도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오죽하면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고 하겠는가.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고 AI(인공지능)주도경제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더욱 효율적인 작은 조직으로 변신해야 하고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정책을 펴야한다. 그런 경제제도는 바로 자유시장경제다. 우리는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만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진짜 걱정은 성장을 이끌 동력이 없다는 점, 다시 말해 한국경제의 미래가 어둡다는 점이다. 세금으로 성장을 이끌고 일자리 만들고 복지를 확대하는 정부주도 경제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국민은 묻고 싶다. 정부와 정책당국은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서 어떤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지를.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