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1단계 무역합의 서명 中, 2년간 2000억 달러 추가 구입 美, 1600억 달러 관세 부과 보류 지재권 등 민감사항 2단계로 넘겨 합의 불이행땐 갈등 재발 여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서명한 '1단계 무역합의문'은 미국이 대중(對中) 관세를 일부 완화하는 조건으로 미국산 제품의 수출을 늘리는 게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의 대규모 농산물 구매 약속을 합의문에 포함시켜 핵심 지지층인 농민표를 다시 흡수하며 11월 재선가도에 청신호를 켤 수 있게 됐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기존 관세를 일부 낮추는 성과를 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2단계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침해, 강제적인 기술이전, 금융서비스, 환율·통화정책 등 중국의 경제·무역 관행을 다룰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번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앞으로 2년간 미국산 재화·서비스를 2000억 달러(231조7000억원)를 추가 구입하기로 했다. 부문별로는 공산품 777억 달러, 농산물 320억 달러, 에너지 524억달러, 서비스 379억 달러 등이다. 2017년 수입물량 기준으로 그만큼 더 사들인다는 의미다.
2년간 누적 분으로, 올해와 내년의 구입물량은 상당폭 차이가 있다. 올해 추가 구입 물량은 공산품 329억 달러, 농산물 125억 달러, 에너지 185억달러, 서비스 128억 달러로 모두 767억달러어치다. 내년에는 공산품 448억 달러, 농산물 195억 달러, 에너지 339억 달러, 서비스 251억 달러 등 1233억 달러로 대폭 늘어난다.
농산물 합의사항은 23쪽 분량의 별도 챕터로 반영했다. 지난 2017년 미국산 농산물 240억 달러를 사들였던 중국은 올해 365억 달러, 내년엔 435억 달러어치로 각각 수입액을 늘리기로 약속했다.
미국산 제품의 수출을 늘리는 대가로, 미국은 기존 '관세장벽'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1600억 달러 상당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보류하고, 12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는 기존 15%에서 7.5%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25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1단계 합의가 발효되더라도, 중국산 수입품 3700억 달러어치에 대한 25% 또는 7.5% 관세는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2종류의 희토류 금속도 구매하기로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무역합의에 따라 향후 2년간 수백종의 미국 제품 구매를 늘리기로 했는데, 구매 목록에 조명과 컴퓨터에 흔히 쓰이는 17종의 희토류 중 스칸듐과 이트륨 2종류도 포함됐다.
이는 전자기술과 군사 무기, 다른 첨단기술 장비 제조에 사용되는 희토류의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과 정반대되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기존 관세를 모두 없애겠다고 밝혔다. 상당 부분의 관세를 유지함으로써 2단계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최소 10개월간 중국의 1단계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한 이후 추가관세 인하 여부를 논의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감한 현안들은 줄줄이 2차 무역협상으로 미뤄진 데다, 1단계 합의의 약속 이행 여부에 따라 언제든 분쟁이 재발할 소지도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의문에 지식재산권 침해, 강제적인 기술이전 등 쟁점들이 별도의 챕터로서 두루 거론되기는 했지만, 대체로 선언적인 선으로 강제성 있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미·중 경제충돌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화웨이 제재'도 이번 1단계 무역협상에선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맞물린 사이버보안 이슈 역시 2단계 무역 협상의 과제로 넘겨졌다.
지식재산권 침해, 강제적 기술이전, 화웨이 제재 등은 미·중 무역 협상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현안으로 꼽힌다. 중국 당국의 국영기업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도 이번 합의문에서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