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오늘은 듣기 좋은 이야기를 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 극복 사례, 관성적인 업무 등은 모두 버리고 우리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가 됩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그룹 '2020 상반기 VCM(구 사장단 회의)'에서 임직원들에게 이같이 주문했다.

그룹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유통과 화학부문의 실적 부진할 뿐 아니라 기타 다른 부문의 성장도 둔화되면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신 회장의 발언에 황각규, 송용덕 부회장을 비롯한 유통·화학·식품·호텔&서비스부문(BU)장, 각 계열사 사장 등 100여명의 표정도 긴장감으로 굳어졌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신 회장이 강도 높게 임직원들에게 쓴소리를 했다는 얘기다.

신 회장은 "우리 그룹은 많은 사업 분야에서 업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성장해왔지만, 오늘날도 그러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은 과거 우리가 극복했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저성장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된 지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급격한 변화에 직면한 롯데가 시장의 판도를 바꿔나가길 당부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둔화, 국가간 패권 다툼,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령화, 저출산, 양극화, 환경 문제 등 전 사업부문에서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사업부문의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자원 배분과 투자를 진행해 줄 것을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시대에 뒤떨어진 전략은 재검토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진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혁신을 위한 조직 유연성도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그룹 전체의 40%가 넘는 22개사 대표를 교체하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와 일본 불매운동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롯데쇼핑의 변화폭이 뚜렷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사업 부문을 통합법인으로 재편하고 계열사를 법인 사업부로 전환했다. 각 사업부는 과거 대표이사 체제였지만 조직개편에 따라 사업부장 체제로 운영되고 강희태 유통BU장이 총괄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아울러 기존 '팀-부문-본부' 조직 체계를 '팀-본부', '팀-부문'으로 축소했다. 마케팅본부와 디지털전략본부는 폐지하고 마케팅부문, 디자인실, 엘롯데부문, 프리미엄몰부문, 디지털사업부문은 백화점 사업부장 직속으로 운영한다.

그는 "변화를 위해서는 직원 간 소통이 자유로운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립하고 직원들에게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 아직까지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다"며 "'모든 직원들이 '변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열정과 끈기로 도전해 나가는 '위닝 컬처(Winning Culture)'가 조직 내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재계는 신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만큼, 올해 공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롯데=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호텔롯데 상장은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조각으로, '형제의 난', '뇌물비리 혐의' 등으로 2015년 한차례 무산된 바 있다. 롯데그룹의 핵심인 유통사업 회복도 풀어야할 과제다. 롯데쇼핑은 조직슬림화에 나선 가운데 올 한해 사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 동안의 기조와 달리 이번 신 회장의 발언은 꽤 세다"며 "롯데그룹의 당면과제 해결을 위해 임원진들에게 높은 강도의 변화를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텔롯데 상장과 유통 사업 정상화가 우선 과제로 지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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