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중 3명 기업·법무법인 이직 "기업 방패막이 우려는 좁은 식견 전문성 강화 측면 봐야" 의견도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공정거래위원회에 쏟아지는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지난 2017년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이다. 전관(前官)들이 사건 조사과정에서 이른바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비판에 따라 쇄신안을 마련키로 하면서 나온 말이다. 이에 공정위는 2018년부터 '외부인 출입·접촉 관리 방안 및 윤리 준칙'을 도입, 전관 출신들과의 부적절한 만남을 차단키로 했다. 그러나 2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공정위의 전관예우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지적이다.
12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를 떠난 직원 5명 가운데 3명은 기업체나 법무법인으로 이직했다. 특히 3명 중 1명은 국내 5대 법무법인 중 하나인 김앤장으로, 또 1명은 한국콜마의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로 자리를 옮겼다. 과거 사건을 다퉜거나, 눈여겨 감시하던 곳에 새 둥지를 튼 셈이다.
공정위 직원들이 대기업이나 법무법인으로 이직하는 게 불법은 아니다. 인사혁신처의 심사를 거쳐 문제가 없을 때만 재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와 대기업·법무법인 간 유착관계에 대한 의심스러운 시선은 거두기 힘들어 보인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외부인별 접촉기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공정위 출신 대기업·대형 법무법인 재취업자의 공정위 접촉 횟수는 2360건으로 전체 접촉 횟수(5174회)의 45.6%에 달했다. 법무법인 중에서는 김앤장(1272건), 대기업 중에서는 SK(92건)의 접촉이 가장 잦았다.
공정위 일각에선 이러한 문제를 놓고 "산하기관이 적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대기업이나 법무법인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타 부처와 달리 한국소비자원이나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 산하기관을 2곳만 두고 있는 현실을 이해해달라는 취지다.
다만 반대로 공정위가 외부와의 접촉면을 넓혀야만 새로운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무슨 수로 산업 전반의 실태를 다 알 수 있겠나"라며 "업계 쪽과 대화하면서 새로 알아가는 부분도 많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공정위 전관예우 문제의 공익적 손해를 짚으면서도, 긍정적 측면도 같이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공정위 전관들이 예우만 받는다면 공익적인 손해겠지만, 공정거래법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전문성이 강화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기업의 방패막이라는 것은 좁은 식견"이라며 "전문적 지식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