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냄새도 혁신의 대상일 수 있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영화에서 냄새는 계급을 가르는 기준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구분하는 사회적 의미로서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냄새와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사용된다. 그렇다면 냄새란 무엇일까?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냄새란 무엇이고, 이 또한 혁신의 대상일 수 있을까?

냄새는 향기와 악취로 구분 되기도 한다. 좋은 냄새는 향기라고 하며 불쾌감을 유발시키는 고약한 냄새는 악취라고 한다. 냄새를 측정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냄새의 느낌을 측정하는 것이며 인구 중 50%가 냄새 견본과 냄새가 없는 상태를 구별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냄새를 식별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며 나이가 들면서 줄어든다. 연구에 따르면 냄새 차별에 성차가 있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인간의 냄새 감각은 편안함을 느끼는 주요 요소이며 사람마다 주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

좋은 냄새를 유발하는 향수는 약 5000년 전의 고대 사람들이 종교적 의식에서 신과 인간과의 교감을 위한 매개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향수가 산업으로서 발전한 시기는 17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 시대 부터다. 당시에는 피혁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기술이 보급되어 있지 않아서 가죽에서 나는 특유의 악취를 없애기 위해선 향료와 향수가 필수품이었다.

늪지대로 둘러싸여 악취가 심했던 중세 도시 베네치아에서도 향수가 발전하게 되었다. 성채와 성벽으로 둘러쌓인 환경에서 하수구를 통하여 정화되지 않은 배설물과 오물이 강과 바다로 흘러나가는 바람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향수가 발전하였고 교역의 대상이 되었다. 14세기에는 페스트가 유행하여 공중목용탕을 폐쇄하면서 목욕을 자주하지 않는 것이 습관화되어 중세 서양인들의 몸에서 체취가 심하게 났다고 한다.

향수와 기술이 결합한 사례로 공조장치를 꼽을 수 있다. 1933년 미국 뉴욕에서 리무진과 고급차에 자동차 공조 장치를 설치하는 회사가 등장하였고 1939년 팩커드라는 미국 회사는 자동차에 에어컨 장치를 제공한 최초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되었다.

오늘날 공조 환경, 즉 자동차 내부의 공기 상태는 고객이 자동차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 종종 공조장치의 이상으로 차량 전체가 리콜이 되는 사례도 있었다. 공조 장치는 차량 내부의 공기로 인하여 탑승자에게 멀미가 나지 않도록 정화된 공기를 제공하고, 수분을 적절히 통제하여 차창에 안개가 끼지 않도록 하여 차량 운행 시 안전을 보장한다. 최근 벤츠, BMW 등에서는 고급차를 출시하면서 차량에 아로마 향 등 각종 향수를 탑승자가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에 삼성과 LG의 가전제품 애프터서비스 기사들이 흰 양말을 신고 각 가정을 방문하기 시작한 시기가 있다. 기존에 애프터서비스 기사들이 수리를 하러 방문한 후에 각 가정에서 발냄새로 인한 민원이 제기되자 가전제품 회사 차원에서 흰양말을 지급하고 주기적으로 발을 씻도록 캠페인을 벌였다. 이로 인하여 먼저 이를 실행한 회사가 서비스 품질의 큰 향상과 함께 제품 이미지가 경쟁사를 압도하게 되었다.

이렇듯 냄새는 인간의 육체에서 발생하는 고유의 현상이다. 이를 어떻게 통제하는 가에 따라 새로운 제품이 발명되고 문화를 형성하기도 했으며 건강의 잣대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자동차 등 기술과 결합하여 안전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핵심기능이 되었고 서비스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냄새는 무척이나 직접적이고 원초적이어서 모든 사람들이 즉시 느끼고 반응하고, 이로 인하여 행동에 이르게하는 요인이기도 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인간에게 즉각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다.

최근 타다 금지법이 상정되었다. 택시와 타다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논의가 있었으며 이러한 대안들이 절충되어 개정안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간에 이 절충안에 대한 관점과 시각의 차이가 있으며 이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그동안 택시와 타타에 탑승하고 이를 활용하는 공중교통의 소비자 관점에서 이 개정안의 결과로서 제공될 서비스에 대한 이해는 거의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

21세기 인공지능이 각광받고 실제 각 산업영역에 접목이 되고 스마트폰으로 몇번의 터치만 하면 집으로 음식과 생필품이 배달되는,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의 혜택을 받고 있는 시민들이 이번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 같다. 시민들은 매일 시시때때로 이러한 이동수단을 이용하여 생활을 하며 이에 반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1차 소비자이며 공중 서비스에 대한 의사 결정자이다. 이들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요인과 이를 측정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여 절충안을 논의한다면 보다 시민이 체감하는 형태의 결론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혁신의 주인공은 고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스타트업 회사들에게는 진리와 같은 것이다. 고객이 매일 접하면서 의사결정을 하는 요인을 다시 살펴본다면 기존 택시의 생존을 위한 개선점과 타다가 차별화된 서비스로서 선택받고 고객이 열광하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과 같은 기술도 혁신의 영역이지만 인류가 오랜동안 지녀왔던 관습과 문화도 어느 순간에는 혁신의 대상일 수 있지 않을까? 프랑스 파리의 냄새나는 지하철 보다 우리나라의 지하철이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경험과 품질 높은 삶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의 냄새가 계급을 가르는 기준이었다면 우리는 냄새를 혁신의 대상으로 삼아 대중교통의 쾌적함을 전체 시민에게 돌려줄 수는 없는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이를 혁신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도로 위에서는 고급 수입차와 대형 승용차의 실내에서만 아로마 향기가 뿜어져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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