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공장.<에쓰오일 제공>
에쓰오일 공장.<에쓰오일 제공>
[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에쓰오일(S-Oil)이 정제마진 악화에다 대규모 투자로 차입금이 크게 불어나면서 순익이 90% 이상 급감했다. 이란 사태 발발로 전망마저 어두워 대주주인 아람코는 한국에서 챙겨가는 배당수익이 사실상 용돈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해 1~3분기 당기순이익이 178억원에 그쳐 전년동기대비 96.9% 급갑했다. 2016~2017년에는 1조2000억원대의 연간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018년엔 2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엔 여건이 더 나빠졌다.

실적 부진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공급 대비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이에 더해 에쓰오일은 5조원 규모의 복합 석유화학시설 투자를 위해 차입금을 대폭 늘렸는데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이 지난해 대거 반영되면서 이자비용도 대폭 늘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1~3분기 이자비용은 3835억원으로, 영업이익(4106억원)에 육박했다. 이전까지의 연간 이자비용은 1000억~2000억원 수준이었다.

게다가 에쓰오일은 지난 6월과 11월 총 6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2018년 발행물량(3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통상 만기가 3~5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자 부담은 당분간 안고가야 하는 상황이다.

실적부진은 배당압박으로 이어졌다. 에쓰오일은 2016년 7219억원, 2017년 6870억원의 배당을 단행했지만 실적이 대폭 줄어든 2018년엔 87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50%가 넘던 배당성향도 2018년엔 33.9%로 낮아졌다.

에쓰오일은 내년까지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순익 자체가 전년도 배당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배당총액은 대폭 삭감될 전망이다. 실제로 에쓰오일의 지난해 중간배당은 11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도 좋지 못한 가운에 이란 사태라는 돌발변수까지 생겨 고배당 기대감은 더 떨어진다. 4분기는 중국 티폿(소규모 민간 정유사)들이 연말 쿼터(할당) 소진을 위해 가동률을 높이는 시기여서 정유업황이 부진한 시점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악화된 화학시황 및 정제마진 고점 시점 지연 등으로 실적 전망이 좋지 않다"며 "최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사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지분율이 63.41%에 달한다. 에쓰오일은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한국시장에서 돈을 벌어 배당을 통해 본사가 수익을 내는 구조였지만 올해는 고작 용돈 수준의 배당금을 챙기는 데 그칠 전망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난해 유가는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글로벌 공급이 증가한 데 반해 수요가 줄어 정제마진이 부진했다"며 "5조원 규모의 RUC·ODC(잔사유 고도화·올레핀 다운스트림) 투자를 위해 장단기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이자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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