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분기에 올해 일자리 사업 예산의 37%를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 목표율도 62%로 잡았다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이 밝히며 "올해 예산 중 경기 뒷받침 예산은 최대한 조기 집행하고 포용적 복지예산은 최대한 적기 집행되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했다. 경기를 빌미로 정부가 여당의 총선 도우미로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6일 있었던 고위당정협의회도 예산을 어떻게 총선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 숙의한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체감을 못하고 있다"며 예산 조기집행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홍 부총리가 화답한 것은 물론이다. 8일 경제관계장관회의는 그것을 재확인하고 대(對)국민 홍보를 하는 자리였다.

정부는 작년 4분기에 예산을 남기는 부처와 기관, 지자체는 차기연도 예산배정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며 예산 집행을 압박하기도 했다. 경제성장률 2.0%를 어떡하든 지켜보려는 안간힘이었을 것이다. 새해 들어 총선에 임박해서는 여당의 대정부 채근이 더 심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 재정의 집중 투입은 전통적인 경기부양책으로서 꼭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 투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다. 재정승수가 높은 곳에 우선적으로 쓰여야 한다. 예산의 적재적시 집행은 국민의 혈세를 쓰는 정부가 절대 가벼이 할 수 없는 원칙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특정 시기에 예산을 집중 집행하겠다고 누차에 걸쳐 밝히며 실행에 옮기려 하는 것은 다른 뜻이 개입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저소득층 뿐 아니라 거의 전 계층의 손에 현금을 쥐어주는 보편복지와 일자리 예산을 풀겠다는 것은 호감을 사려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1분기나 상반기에 예산을 집중 투입했다가 나머지 3개 분기나 하반기에 혹 닥칠지 모르는 예외적 경제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하려고 하는가. 경기진작을 위한 재정 투입도 정도가 있다. 더구나 정부 재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정부의 퍼주기 포퓰리즘 재정운용으로 올해는 60조원의 국채 발행도 예고돼 있다. 국민 혈세를 총선용 '매표행위'에 쓰는 것은 대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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