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탈북어민 강제북송 조치를 조사 중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 대상을 청와대로 넓힐 방침이다. 북송을 승인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여부에 따라 조사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와대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어 향후 파장도 예상된다.

8일 인권위 관계자는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북송을 결정하는 과정에) 여러 기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사결정을 했던 기관은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조사 대상인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의사결정 과정이 어땠는지를 살펴본 뒤 필요하면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인권위에 강제북송 조치가 타당했는지를 따져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변은 진정서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물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청와대 안보 라인까지도 피진정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인권위는 침해조사국 인권침해조사과를 통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으로 지목된 대상이 북송 과정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사건과 관련해 피진정인의 진술서나 출석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조사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다. 사건과 연관이 있는 기관의 정보 조회나 현장 조사도 직권으로 가능하다.

특히 조사 결과가 범죄행위에 해당해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인권위는 검찰총장에게 관련 내용을 고발할 수 있다. 즉, 강제북송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점이 드러날 경우 청와대가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검찰은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치고, 수사 결과를 인권위에 통지해야 한다. 수사를 마치지 못할 때에는 사유를 밝혀야 한다.

강제북송 사건은 지난해 11월 동해상에서 나포한 20대 초반 탈북어민 2명이 닷새 만에 북한으로 돌려 보내지면서 불거졌다. 북송 당일 국회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김유근 1차장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우연히 포착돼 알려진 탓에 '사건은폐 의혹'이 일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선상(船上) 살인' 혐의를 들어 북송의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이마저도 어민들의 귀순 의사가 무시당하는 등 제대로 된 인권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한편, 지난달 13일 인권위는 한변이 진정한 탈북어민 긴급구제 건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부 기관과 유엔 인권기구 등을 통한 조사만으로는 정확한 북송 선원들의 근황과 사법절차 단계 등을 확인할 수 없고, 구제조치 가능성과 실효성 여부도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북송의 적절성 여부 등은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지난해 11월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고 있는 모습.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고 있는 모습.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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