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국기지를 공습하면서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경제 비상조치 계획을 세우고 단계별 대응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당장은 주식과 환율 등 외환시장 안정화 대응에 초점을 두고 나아가 원유 수급 등 국제유가 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응 조치가 효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이란 사태를 정부가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고 예상보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길게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중동 정세가 경량 속으로 빠져든 것과 관련 부처 합동대책반을 구축해 가동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유가와 금융시장, 해외건설, 해운, 물류와 관련된 상황을 종합적으로 체크해 적기대응하겠다"며 "이상 징후 발생 시엔 비상대응계획에 따른 조치를 취사선택해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불확실성 리스크가 발생하면 통상 표준매뉴얼을 제정해 관계기관별 실무 매뉴얼 작성에 돌입한다. 매뉴얼은 관심-주의-경보-심각 등 4단계로 위기경보 기준과 대응체계를 규정하고 있다. 수입 수급에 차질을 빚거나 환율, 채권, 주식 등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매뉴얼을 통해 협의를 거쳐 조기 진압하는 방식이다. 이번 이란 사태와 관련해선 좀 더 세부적인 매뉴얼을 작성,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매뉴얼을 작성해 대비하고 있다"면서 "중동 석유수급 문제와 재외 국민 보호를 위한 매뉴얼을 세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필요 시 각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위기상황도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이 시장에 얼마나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이란의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어렵고 장기화할 경우 세계경기가 위축돼 우리로선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중동지역 전문가들은 이란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정재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은 "과거엔 미국이 석유 수입 등 유가 수급 문제로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중동국가와 가깝게 지내며 보호했는데, 지금은 미국에 대한 중동의 유가 수급 비중이 높지 않아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전쟁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전쟁 이슈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이란 사태는 한 두 달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우리 정부가) 중장기 플랜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점도 뼈 아픈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 사태 전망에 대해 "경제 파트에선 미국과 이란의 전쟁 가능성보다는 이로 인해 환율과 채권 등 우리 경제의 변동성에 더 주목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사실상 미국과 이란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예측하지 못한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중동 전문가들도 "미국의 (드론) 공습은 이례적이고 충격적"이라며 "예상한 시나리오에서 다소 벗어났다"고 했다.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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