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고려해 "부동산 투기 잡겠다"며 '노동중시'언급…큰틀에서의 성장보다 체감에 주력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많은 부분을 경제 공적 자화자찬하는 데 할애했다. '현 정부의 경제 성과를 너무 몰라준다'는 심정이 그대로 녹아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제는 지표이고, 이날 발표된 한국은행의 '2019년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수출과 수입은 전달에 이어 모두 두 자릿수 동반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4% 감소한 440억5000달러를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답을 제대로 내놓는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확실한 변화'만 6차례 외치면서 경제·복지분야에서의 성과를 주로 나열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에 대해서는 "역대 최대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 결과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최고의 고용율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율도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했다.
또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강조하면서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그 결과 통계작성이후 처음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아래로 낮아졌고 저임금근로자 비중도 20%미만으로 줄었다"며 "노동조합 조직률이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한 반면, 파업에 따른 조업손실 일수는 최근 20년 이래 가장 낮았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국민들의 체감도를 올리고자 지원책으로 언급한 사업들 중 상당수는 금전적인 지원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일자리사업의 경우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고령자 계속장려금을 언급했으나 이외에 분야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로 혜택 가구 증가 △근로장려금 확대와 기초연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고교 무상교육 확대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세제지원 △23개 사업 25조 규모의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본격 추진 △소재·부품·산업 경쟁력 강화에 2조 1000억원 예산 투자 △총 10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생활 SOC 10조원 이상으로 확대 등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이나 거시지표에 관련한 단어는 많이 등장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성장'을 언급한 것은 총 6번으로 '공정'을 14번, '혁신'을 12번 언급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특히 내용면에서 보면 문 대통령은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구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고, 생산 가능 인구가 지난해보다 23만 명 감소하는 어려움 속에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것이다. 올해 수출과 설비·투자를 플러스로 반등시켜 성장률의 상승으로 연결시키겠다"고 했다. 성장률에 있어서는 성과가 아닌 약속만 언급한 셈이다.
출처 : 한국은행,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
출처 : 한국은행,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
실제 연도별 국내총생산 성장기여도와 기여율을 보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의 민간과 정부의 성장기여도·성장기여율은 1분기를 기점으로 정부의 영향이 월등히 높아졌다. 그간 민간에서 경제성장이 주도된 것에서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경제성과를 나열한 것은 집권 중반에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경제 성과를 알려야하는 상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의 이날 신년사는 지지층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주택 공급의 확대도 차질없이 병행하여 신혼 부부와 1인 가구 등 서민 주거의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