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올해부터 주세(酒稅) 과세체계가 52년 만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수입맥주' 독주 무대였던 가정용 주류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국산 캔맥주의 경우 세율이 낮아지면서 가격 인하가 예상되는 반면, 수입맥주의 세 부담은 지금보다 커지면서 국내 주류 업계의 반격 기회도 확대됐다.

5일 국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맥주와 탁주에 대한 주세 부과 기준이 가격 기준인 종가세에서 출고량 기준인 종량세로 전환됐다.

우리나라 주세법은 1968년 이후 줄곧 종가세 원칙을 유지했다. 종가세는 주류 제조업자가 제품을 출고하는 시점의 주류 가격, 또는 주류 수입업자가 수입 신고하는 시점의 주류 가격에 술 종류별 세율을 곱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에 맥주와 탁주에 새로 적용되는 종량세의 경우 출고되는 주류의 양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산출한다. 주류의 가격이 다르더라도 술 종류와 출고량만 같다면 같은 수준의 세금이 부과된다는 뜻이다.

캔맥주의 경우 기존 종가세에서 리터당 1758원이던 세금이 종량세 전환 후 1343원으로 415원 세부담이 줄어들면서 오비맥주, 롯데주류, 하이트진로 등 주류업계도 출고가격 인하에 나설 전망된다. 맥주판매업체가 소비자가격을 결정하지만 세부담이 줄어든 만큼 가격 조정여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새해 들어 롯데주류는 최근 클라우드 캔맥주(500㎖)의 가격을 1880원에서 1565원으로 315원(-16.7%) 인하하고, 피츠의 가격도 1690원에서 1467원으로 출고가를 내렸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해 10월 종량세 시행을 앞두고 카스 맥주 전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4.7% 내리고 2020년 말까지 인하된 가격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가정용 시장에서 수입맥주 공세에 밀려 맥을 못추던 국산 맥주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종가세 체제 아래에서는 국내 제조맥주의 경우 출고시점에 제조원가·판매관리비·매출이익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이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으로 잡혔다. 반면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가액과 관세만 포함된 수입신고 시점의 가격이 과세표준이 됐다.

국산 맥주와 비교해 판매관리비·매출이익 등이 과세표준에서 빠졌기 때문에, 맥주 수입업자는 그만큼 가격 인하 여력을 확보하고 실제로 편의점 등에서 '1만원에 4캔' 등의 공격적 판촉에 나설 수 있었다. 지난 2014년만 해도 6.7%에 불과했던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7.5%로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연간 수입액은 8181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제 종량제 도입으로 국산 제조맥주나 수입맥주 모두 출고량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면, '불공정', '역차별' 논란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세청은 "국산 캔맥주는 종량세 전환 시 주세 부담액과 출고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크다"며 "반면 수입 캔맥주는 기존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가정 시장을 겨냥해 국내 주류 업계의 캔맥주 프로모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테라', '진로이즈백' 등 인기로 하이트진로가 독주한 가운데 오비맥주와 롯데주류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주류 시장 경쟁 심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매출 확대 및 소주 매출 상승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판단되며, 롯데칠성도 탑 라인 회복이 급선무인 만큼 주류 3사의 비용 부담은 올해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맥주·막걸리 주세 개편. <연합제공>
맥주·막걸리 주세 개편. <연합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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