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스마트한 '쥐의 해'가 시작되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AI(인공지능)의 범국가 위원회'로 새롭게 재정립하기로 했다. 그동안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활동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과학기술정책을 새로운 그릇에 담기 위한 정책적 노력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은 범부처의 참여가 필요한 분야이므로 'AI 국가전략'이라는 이름으로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경제효과 최대 455조원, 삶의 질 세계 10위를 달성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서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두 방향 중에 우리나라에 더 적합한 범국가적 정책이 무엇인지를 검토해 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

전략적인 면에서 본다면, 4차산업혁명이 우리나라 중점 과학기술정책으로 더 적합하다. 왜냐하면 4차산업혁명에서 주장하는 맞춤 생산 및 서비스는 대량생산을 바탕으로 하는 저성장의 한계를 벗어나 우리나라가 새롭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탈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하려면 사회적 요구, 경제적 요구, 그리고 구현을 위한 기술의 확보가 있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 단계적 추진전략을 세우지 못했고 또 우리나라에 적합한 발전 모델을 찾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인간과 대결하는 인공지능 바둑이 우리 사회의 변화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인공지능은 점차 더 중요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다른 기술보다 빠르게 그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공상과학영화에서의 인공지능은 어떤 나라도 당분간 꿈꿀 수 없다. 인공지능은 로봇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하나의 요소기술에 불과하며 응용 분야에 따라서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도구가 되겠지만, 국가발전전략 측면에서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하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은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인공지능은 기술이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담기 어렵다. 만일 로봇 중심으로 국가전략을 세운다면 비슷한 반대 의견이 나올 것이다.

4차산업혁명이 목표로 하는 CPS (Cyber-Physical System) 구현에서 가상공간(Cyber)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담당하는 인지(Cognition) 영역이다. 현장(Physical)은 인간, 로봇, 기계, 장비, 3D 프린터, 자동차 등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현장은 지각(Perception) 영역과 행동(Action) 영역을 포함한다. 데이터(Data)는 인간과의 상호작용, 다양한 IoT 와 센서 기반의 지각과 인간, 로봇, 기계, 장비, 기기들의 행동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연결된 지각과 행동 구성요소들이 더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 낼수록 기상공간에서의 인공지능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현장에서의 준비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지각영역은 턱없이 부족하고, 행동영역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지만 연결이 안 되어 있다. 그래서 의미 있는 가상공간을 구축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이것은 바로 인공지능 발전의 한계로 작용하게 된다.

인공지능을 강화한다는 정책이 현장을 건너뛰어 바로 가상공간으로 가려는 시도로 해석된다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구글이나 네이버처럼 인간이 만드는 데이터만으로 가상공간을 구축해서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 영향력은 매우 제한된다는 것을 4차산업혁명이 설명해준다. 그래서 이 기업들은 현장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로봇도 그런 차원에서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강화하려면 먼저 현장에서 데이터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부터 검토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현장의 구축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 누가 뭐라 해도 인공지능을 내세운 국가적 전략은 시작된다. 하지만 이제는 더 스마트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를 가진 '강한 현장'을 바탕에 두고 이에 필요한 가상공간의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을 발전시켜온 일본과 독일을 더 분석하길 바란다. 그 다음에 우리나라의 새로운 비전과 연결되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스마트한 전략을 세워주길 바란다. 목표는 우리나라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달성 가능한 것이어야 하고,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반영한 것이어야 하며, 우리나라가 10년 또는 20년 뒤에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멋있는 선진국의 모습을 담고 있어야 한다. 스마트한 전략은 경쟁이나 모방이 아닌 차별화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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