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린다 게이츠 지음 / 부키 펴냄
깊은 슬픔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기에 위로하려 들지 말고, 스스로 이겨내도록 그냥 둬야 한다고 말하는 심리치료사들이 있다. 그러나 가난과 차별, 폐습에 따른 고통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은 매정한 노릇일 것이다. 고통의 원인을 함께 제거하는 인간미와 인류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책은 세계에서 제일 부자가 어떻게 하면 고통 받는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 자신의 행동과 제도를 바꿀 수 있을까 고심하고 도전한 기록이다. 저자는 설명이 따로 필요없는 바로 그 멜린다 게이츠다. 빌 게이츠와 공동으로 세계 최대 자선재단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의장을 맡고 있다. '365일 24시간 지극히 편하고 우아하며 화려한 공간에 처할 수 있는 사람이 냄새가 진동하는 누항을 찾아 손을 잡는 낮은 자세의 부자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원제 '고양(高揚)의 순간'(The Moment of Lift)은 저자가 읽었던 책에서 따왔다고 한다. '리프트'는 기분이나 정신이 안팎의 어떤 힘에 의해 북돋워지는 것을 말하는데, 멜린다 게이츠는 편견과 차별 속에 고통 받는 여성들을 끌어올림으로써 인류 전체가 끌어올림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제목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곧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고양의 순간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하는 해법을 찾아 떠난 기록이다. 21세기 하고도 20년이 지난 현재도 아프리카 , 남아시아, 중동 등지에서는 여성에 대해 상상할 수 없는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특히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조혼'이란 폐습에 맞닥뜨리며 저자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토로한다.
조혼이 여전한 에티오피아의 한 마을을 방문한 멜린다는 11살 여자아이가 어떻게 조혼이란 감옥에 갇히게 되는지 과정을 듣게 된다. 열 살 전후의 어린 소녀들은 대개 집에서 파티를 한다거나 파티장에 간다는 거짓말에 속아 얼떨결에 신부가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신부가 된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느닷없이 엄청난 공포의 혼례를 치른다. 멜린다는 "조혼을 반대하고 그에 맞서 싸우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극빈층에게 조혼이 현명한 선택지라고 믿게 만드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부자의 의무를 뛰어넘어 진정으로 인간을 사랑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고심하는 한 겸애주의자를 만나게 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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