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정경부 기자
김미경 정경부 기자
김미경 정경부 기자
20대 국회를 관통했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더불어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나가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선거연령 18세 하향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이미 본회의를 통과했고, 남아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지금 추세라면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를 가동해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는 6일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뒤 마저 처리할 생각이다.

패스트트랙은 분명 '4+1 협의체'의 합작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21대 총선에서 입지를 더욱 넓히려는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등 군소야당과 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안을 처리해야 하는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뤄낸 결과물이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이 종착역에 다다른 지금, 굳이 민주당의 완승이라고 단정한 것은 패스트트랙의 출발과 도착이 너무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석을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43석에서 75석으로 늘려 연동비율 50%를 적용하기로 했던 선거제도 개혁안은 사라졌다. 의석 비중은 현행 그대로인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고정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30석이라는 상한선 모자(캡)를 썼다.

'민심 그대로'를 국회에 반영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간 밥그릇 신경전에 이리저리 떠밀리다 허울만 남았다. 민주당과 한국당이라는 거대 기득권 양당 체제를 벗어나 국민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다당제로 변화하겠다던 취지도 희미해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한 한국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반전카드를 내밀자, 이에 질세라 민주당 측에서도 비례위성정당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아직 위성정당 여부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양 정당이 모두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21대 총선에서도 거대 양당 구도를 벗어나기 어렵다.

민주당은 또 석패율제도 끝내 거부했다. 석패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원래 민주당에서 먼저 나왔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다수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017년 9월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군소야당이 석패율제 기대감에 총선에서 완주한다면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계산이 나오자 민주당은 '중진 구제용'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반대했다. 지금도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민주당에 불리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양보하고 배려해 받아들였다고 생색을 내고 있지만 실상은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챙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챙겨간 셈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일 신년인사회에서 "선거법은 민주당이 의석을 많이 양보하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였다"며 "여러 다양한 정당들이 함께 정치할 수 있는 정치문화를 만들려는 게 주 목적"이라고 했지만, 과연 민주당이 '양보했다'고 할 수 있을 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법 통과도 '역사의 진전'이라고 보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공수처 설치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논평을 내고 "공수처법 통과는 검찰 개혁과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가를 향한 역사적 진전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기소함으로써 공직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반부패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온 검찰을 개혁하고 공수처라는 견제기구를 만들어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검찰을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또 다른 무소불위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비록 본회의에서 부결되기는 했지만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했던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에 담겨 있던 공수처와 검찰의 상호 견제나 국회의 견제 등은 향후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수처 설치법에서 가장 논란이 된 24조 2항,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한 조항도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살아 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완수'했다고 마음을 놓는 분위기다. 집권여당으로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와 목적이 진심이었다면 '비례민주당'이란 달콤한 유혹을 뿌리쳐야 할 것이다. 공수처 역시 검찰 견제가구로서 역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칼로 악용되지 않도록 신뢰받을 수 있는 공정한 수사의 틀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 그러니 이제 시작인 셈이다.

김미경 기자 the13ook@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