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조의 거센 반발에도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 수석을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장이 일주일째 공석 사태를 맞으면서 임명을 서두를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윤 전 수석을 사실상 낙점하고 현재 여론을 살피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주 윤 전 수석을 제청하고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가 지분 53.2%를 보유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행장을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윤 전 수석에 대한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 내부 분위기"라며 "현재 차기 후보자에 대한 검증절차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은행장) 공석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임명을 강행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사는 오늘이나 내일이라도 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윤 전 수석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상임 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상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당초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을 임명할 계획이었으나 금융경험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윤 전 수석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조의 의견은 다르다. 윤 전 수석은 거시경제 전문가로 금융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관료 출신으로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업과 금융업, 민간기업 경영능력까지 전혀 검증 받지 못한 인사가 은행장으로 오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그동안 10년 가까이 내부 출신이 기업은행장에 올랐는데 현 정권에서 외부 인사를 추천하는 것은 공정성을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낙하산 인사가 강행된다면 출근 저지 등 관치금융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상황에 따라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기업은행장은 2010년 1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조준희 전 행장이 선임된 이후 권선주 전 행장(2013년 12월~2016년 12월), 김도진 전 행장(2016년 12월~2019년 12월) 등 세 차례에 걸쳐 9년 동안 내부 출신 인사가 행장으로 선임됐다.
정부가 기업은행장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공석 사태 장기화에 대한 부담도 깔려 있다. 기업은행은 김도진 전 행장이 지난해 12월 27일 공식 퇴임한 이후 현재까지 임상현 전무 직무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은행장이 일주일째 공석 사태를 맞고 있는 데 노조의 반대로 선임 절차가 이토록 긴 시간 동안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문재인 정부가 역대 처음이다. 기업은행이 지금까지 직무대행을 경험한 것은 단 두 차례 뿐이다. 2007년 고(故)강권석 전 행장의 유로고 20일 이경준 전무가 직무대행을 맡았고 2010년엔 조준희 전 행장이 경제부처 개각 시점과 맞추기 위해 일주일간 직무대행을 하다 은행장에 오른 바 있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 내에선 당연히 내부 출신의 전통을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외부출신에다가 금융권 경험도 없는 수장이 온다면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쉽지 않은 인사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성승제기자 ban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