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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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장(濠江) 강변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마각묘'는 항상 관광객으로 붐빈다. 마각묘는 뱃사람들의 수호신인 마조신을 모시는 도교사원이다. 명나라 시대인 1488년 세워진 유서깊은 명소다. '마카오'라는 이름도 이 마각묘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460여년 전, 지구 반대편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이 곳에 상륙했다. 포르투갈 선원들이었다. 이들은 현지인들에게 이 곳을 뭐라고 부르냐고 물어봤다. 마각묘를 묻는다고 착각한 주민들은 광둥(廣東) 사투리로 '마거'라고 대답했다. '마거'는 후에 포르투갈어 발음으로 변형되어 마카오(MACAU)라고 불렸다.

포르투갈 선원들은 화물이 젖어서 육지에서 말리고 싶다는 구실로 이 땅에 첫 발을 내딛었다. 1888년 청-포르투갈 통상우호조약에 따라 마카오는 정식으로 포르투갈령이 됐다. 포르투갈 식민지로 편입된 마카오는 금, 은, 도자기, 아편 등의 중개무역과 기독교 포교의 기지로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선교사 마테오 리치는 마카오를 거쳐 중국에 들어갔고 김대건 신부도 마카오에서 세례를 받았다. 마카오는 동서양을 잇는 거점으로 발전했다.

마카오는 1951년 포르투갈 새 헌법에 따라 해외령이 되면서 본국 정부가 임명하는 총독의 통치를 받는다. 그런데 1966년 폭동이 일어나 정세에 변화가 생겼다. 중국 공산당계 초등학교의 무허가 증축 공사에 대해 총독이 제재를 가하자 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포르투갈 군·경의 발포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본토의 베이징 정부는 마카오 군사침공을 암시했다. 당시 포르투갈의 살라자르 독재정권은 압박에 굴복해 사과와 함께 위자료를 지급했다. 이를 계기로 마카오 내 친중파의 입김이 세졌다. 이는 홍콩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1974년 포루투갈에서 좌파 청년장교들이 주축이 된 '카네이션 혁명'이 일어나 48년간 지속됐던 살리자르 정권이 무너졌다. 새 정권은 해외 영토를 포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976년 마카오는 '특별령'이 되어 상당한 자치를 누리게 된다. 1987년 4월 포르투갈과 중국은 마카오 반환 공동성명에 조인했다. 1999년 12월 20일 마카오는 중국으로 넘어왔다. 유럽의 마지막 아시아 식민지가 사라졌고 마카오 특별행정구가 탄생했다.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된지 20년이 지났다. 기념식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마카오는 최고의 발전을 이루었고, 일국양제의 성공을 체현했다"고 칭찬했다. 같은 일국양제 하에 있는 '반항아' 홍콩과는 다른 '모범생' 마카오다.

그 배경에는 중국 의존 경제구조가 있다. 마카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카지노 시장이다. 마카오 재정수입의 80%가 카지노에서 나온다. 견인차는 중국인들이다. 지난해 3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카오를 방문했다. 그 가운데 70% 이상이 중국인들이었다. 반환 당시의 2%에서 엄청나게 늘었다. 숫자로 보면 25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마카오에 와서 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정치 활동이나 언론 자유의 억압은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는 2009년 제정된 국가안전법의 영향이 크다. 중국은 이 법에 근거해 마카오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더구나 당국은 시가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 얼굴 인증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반(反)중국의 목소리가 나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채찍과 동시에 당근도 준다. 마카오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영주권 보유자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는 한 사람당 1만 파타카(약 150만원)정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파이첸'(派錢)이라 부른다. 시민들의 정치적 불만을 돈으로 달래는 것이다.

하지만 돈으로 산 자유가 오래 갈 수는 없다. 돈으로 마카오 사람들의 입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돈이 줄어들면 문제가 생긴다. 우선 중국 경제가 좋지않다. 마카오가 미중 무역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보복카드로 미국계 카지노를 마카오에서 축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빵'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도 필요한 시대다. 민심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면 그에 맞춰 정책을 수정해야한다. 민심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민심에 반한 정책을 펼치면 모범생이 반항아로 변할 수 있다. '제2의 홍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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