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미정 기자]새해에도 정유화학업계의 '탈(脫) 정유화'가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유 제품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 정제마진 하락까지 겹치면서 본업인 정유화학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생사의 기로에 놓인 업체들이 에너지·소재 산업으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유 산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은 지난해 하반기 마이너스대로 추락하면서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 IMO 2020 시행으로 정유업계에 다소 숨통을 틔워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된 수입원인 차량·발전용 연료유 판매량이 갈수록 줄고 있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에틸렌 역시 가격과 마진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쪼그라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석유 수요는 하이브리드 등 고연비 차량이 늘면서 하루 900만 배럴, 전기자동차로 인해 400만 배럴이 줄어 2025년 이후 수요 증가 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화학업계는 이 같은 환경에 맞서 에너지·소재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진출과 함께 지난해 10월 프랑스 화학사 아르케마에서 폴리머 사업을 인수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전기차 40만대에 공급가능한 수준으로 헝가리 코마롬 제1공장, 중국 창저우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하며 배터리 생산규모를 늘리고 있다.
GS칼텍스과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전기차 인프라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4차산업 시대의 주된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전기차 관련 산업을 주시해 친환경과 신사업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화학업계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화학 제품을 넘어선 소재 산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이미 바스프 등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유 중심의 범용제품에서 벗어나 전자소재 등 스페셜티 제품개발 등으로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LG화학은 2차전지 등 신사업 투자로 석유화학 매출 비중을 줄이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배터리업체 BYD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1월부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합병한 신설법인 '한화솔루션'을 출범하고 사업 전반의 시너지를 끌어올려 성장을 도모한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소재 사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에 자리잡은 태양광 사업을 통합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1일로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한 롯데케미칼도 사업 다각화와 비핵심 사업 구조조정 등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친환경 소재,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신소재 개발, 바이오 등의 분야까지 산업간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시장 규모도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