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구광모(사진)LG그룹 회장이 취임 3년차를 맞는다. 그동안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해 친정체제를 견고하게 다진 만큼, 이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기다.
구 회장은 철저한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고객'과 '혁신'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웠다. 올해 역시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40대 젊은 총수 답게 조직을 한층 역동적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4대 그룹 총수의 한 축으로 실제 사업에서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그룹은 핵심 성장동력으로 인공지능(AI)과 이차전지 배터리와 자동차 부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바이오, 5G 등을 육성 중이다. 이는 모두 선대 회장인 고(故) 구본무 회장의 작품이고 다른 그룹사의 성장동력과도 크게 차이가 없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바탕으로 좀 더 과감한 메스를 대고 그룹의 성장 방향성을 외부에 보여줄 때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TV, 배터리 분쟁으로 발생한 삼성, SK 등 다른 주요 그룹사와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지, 그리고 여전히 남은 삼촌 구본준 LG그룹 고문의 계열분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등도 구 회장의 경영능력을 검증할 무대로 꼽힌다.
구 회장은 이미 독한 혁신을 선언했고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작년 9월 첫 사장단 워크숍에서 "전례없는 위기에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 방식과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구 회장은 또 작년 신년사에서 고객가치를 30차례나 언급했을 정도로 소비자 배려형 혁신을 중시했다. 이후 사장단 워크숍에서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기업의 전략,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등 전반을 변화시키는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경영전략 키워드를 제시했다. 오는 2일 있을 시무식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기업의 체질을 빠르게 바꿨다. 본인을 포함해 주요 계열사 직원들의 복장을 자유로운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꿨고, 전체 계열사 IT시스템의 90% 이상을 클라우드로 전환키로 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하고 있다. 33년 동안 이어졌던 강당 시무식도 동영상으로 바꿨다.경영 행보도 한층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를 인수하고, LG화학이 자동차 접착제 전문회사 미국 유니실을 인수하는 등 신성장동력인 자동차 전장 사업 강화에 속도를 냈다. 또한 LG유플러스는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방송과 통신의 융·복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CJ헬로를 인수하고 'LG헬로비전'을 출범시켰다.
반대로 비핵심 사업은 빠르게 정리했다. 수익성이 악화된 계열사에는 과감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하지만 선대부터 이어져 온 R&D(연구·개발)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기조는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구 회장이 지난해 방문한 현장경영 행선지들을 보면 LG화학 기술연구원, LG사이언스파크, LG인화원, 테크 콘퍼런스(R&D 석·박사 초청 행사) 등 R&D 및 인재와 관련된 곳들이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