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의원직 총사퇴, 대규모 장외집회 등 새해에도 강경 투쟁을 이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경 투쟁으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통과 저지의 실패를 만회해 4·15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한국당은 졌을 때도 있지만 이긴 경험이 더 많은 정당"이라며 "그때 기억을 되살려 반드시 이번 총선은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지난 연말 문재인 정권의 무도한 폭거를 봤다. 512조 슈퍼 예산을 마음대로 날치기 처리하고 선거법도, 공수처법도 반민주 양대 악법을 무도하게 통과시켰다"며 "당 대표로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두 법을 막지 못한 것에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에서 압승해 두 법을 원상회복하고 제대로 바로잡는 노력을 하고,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며 "당이 살아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압승을 거둬야 한다. 똘똘 뭉쳐서 반드시 이겨낼 수 있도록 함께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작년 한 해는 참으로 힘들고 참담했다"며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결연한 마음, 결사항전의 자세로 올해 총선을 반드시 승리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나라를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원내대표는 "주저앉을 수는 없다. 다시 일어나서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의 희망을 일으켜 세우도록 하겠다"며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전투력을 끌어올렸다.
한국당 지도부의 발언은 패스트트랙 대전의 패배를 오히려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활용해 총선 승리를 이뤄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빈손으로 마무리하게 된 상황에서 총선 체제로 접어들어야 하는 만큼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총선 판세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선거법 및 공수처법 통과 이후 대여 투쟁 수위를 높이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12월30일 공수처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국회법상 국회의원이 사퇴하려면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돼야 하고 회기가 아닐 때는 국회의장 결재가 필요하다. 한국당 의지만으로 의원직 총사퇴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지만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향한 강력한 항의의 표시로 읽힌다. 한국당은 오는 3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국민과 함께, 문재인정권 2대 독재악법, 3대 국정농단 심판 국민대회'라는 주제로 장외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만 그간 삭발투쟁, 단식투쟁, 농성투쟁 등의 투쟁 일변도 행보에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당의 이번 행보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직 총사퇴서 내지 말고 그럴 바엔 총선에 모두 불출마 하라"며 "무능, 무기력에 쇼만 하는 야당으로는 총선 치르기가 어렵다. 그러니 정권 심판론이 아닌 야당 심판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치는 결과 책임"이라며 "지도부 총사퇴하고 통합 비대위나 구성하라"고 일갈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박관용 상임고문 등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0년 신년인사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