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내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던 우리나라 수출의 올해 전망도 어둡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을 축으로 경제 패권을 다투는 사이 중간재에 의존하는 한국 수출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다다르면서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지만, 그마저도 수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월간 국내외 거시경제동향'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합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내용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자료를 인용했다. 보고서는 이번 합의로 미국이 관세율을 소폭 낮추(21.0%→19.3%)지만, 관세 대상 품목 비중(64.5%)은 유지하는 점을 짚었다. 또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등을 구매하는 대가로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율(20.9%)을 유지하되, 관세 대상 품목 비중은 소폭 축소(57.2%→56.7%)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이 대부분의 중국산 중간재에 부과한 관세를 유지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악화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중간재 부과 관세를 유지하면서 미국 기업의 대(對)중 투자가 위축되는 등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간재를 주력으로 삼는 한국 수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중간재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이 있다. 문제는 미국의 관세율 인하 폭이 높지 않아 중국의 수출 증대 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중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의 수출 증대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관측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되레 1단계 합의로 중국의 '대미 쇼핑 리스트'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수출에 악재로 지목되는 또 다른 요소다. 중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2000억 달러 이상의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구매를 약속했다. 즉, 중국이 에너지와 농산물뿐 아니라 반도체, 전기·전자, 화학제품 등 부문에서마저 미국산 수입을 확대할 경우 한국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KIEP는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와 전망' 보고서에서 "미·중이 금액을 설정하고 수출입을 크게 늘릴 경우 한국·일본·유럽 등 제3국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며 "우리 정부는 중국을 설득할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