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AI·산업 융합' 핵심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경쟁력 목표 공공의료 데이터 확보·활용 급선무 신약개발 제약사도 해외 의존도 커 국회는 시민단체 반발에 뒷짐만… 결국 글로벌 의료시장 경쟁력 상실
공공 의료 빅데이터가 낡은 규제로 인해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될 형국이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데이터3법'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상태를 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의료 빅데이터 활용의 빗장이 풀리길 고대하던 산업계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을 통칭하는 것이다. 개인의 신상을 파악할 수 없는 정보인 '비식별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데이터3법 개정안의 골자로,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AI(인공지능) 기술과 각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말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초기부터 데이터3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 온 터였다.
특히 바이오업계는 데이터3법이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 특히 의료정보서비스 관련 스타트업과 벤처들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해 왔다.
데이터3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바이오산업의 중추가 되는 의료데이터 활용과 발전이 가로막히게 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바이오협회는 "데이터3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외면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는 정보의 '분석 및 활용' 단계는커녕 '수집' 단계에 머물러 이른바 '데이터 종속국'으로 전락하는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무리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혁신 기술인 머신러닝, 딥 러닝, AI분야에서 기술적인 면이 탁월하다 해도, 기술을 활용할 '데이터'가 전무한 현재의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규탄하고 있다.
특히 의료산업의 무게중심이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요소인 의료 데이터의 확보·활용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이는 미래 의료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이 퇴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산업계의 주장이다.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각종 의료정보, 유전체 및 오믹스 정보, 생활건강 데이터 등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상호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기관 전체산업군의 빅데이터 도입률은 10% 내외에 불과한 상태로, 선진국과 데이터산업 경쟁력에서 격차가 나고 있다"며 "데이터3법에 대해 국회가 계속 외면하고 홀대한다면 그 격차는 돌이킬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신약개발을 하려는 제약기업들이 공공 의료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조차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에 각각 3조4000억 건, 3조 건의 의료 빅데이터가 쌓여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매년 건강보험으로 진료받은 환자의 3%에 대한 비식별 의료정보만 공개되고 있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적지 않은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해외에서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도 개인정보보호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6년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데이터3법 개정안은 시민단체의 반발 속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데이터3법 개정이 기업의 '돈벌이 수단'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비식별 개인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언제든 개인 신상 파악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식별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건강과대안,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의 단체들은 지난 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데이터3법 개정안에 대해 "해당 법안은 기업들이 가명처리된 고객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판매, 공유, 결합할 수 있게 허용하는 개인정보 도둑법"이라고 비판했다.
미래 정밀의료 시대 대비를 위해 데이터3법의 국회 통과가 필수라는 산업계,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 도둑법'이라며 맞서고 있는 시민단체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데이터3법이 안갯속에 갇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