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간 노동이동 10년 전 40% 저생산성 산업에 노동력 몰려 임금격차·배분 비효율 등 발생 결국, 잠재성장률 잠식 우려도
사진 = 연합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들어 산업간 노동이동이 10년 전의 4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경제성장 잠재력까지 잠식할 우려가 있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30일 한은은 조사통계월보를 통해 최근 10년 사이 산업간 노동생산성(임금) 격차가 커진 반면 저생산성 산업에서 고생산성 산업(제조업 및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의 노동이동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산업간 노동이동 경직성의 거시경제적 영향'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고생산성 및 저생산성 산업간 노동의 대체탄력성이 2000년대 평균의 약 40% 수준으로 하락했다.
고생산성 산업은 제조업·금융·정보기술(IT) 서비스업을, 저생산성 산업은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을 가리킨다. 따라서 기타서비스업 노동자의 제조업·금융·IT서비스업 이직이 2000년대에 비해 2010년대 60% 가량 줄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노동이동의 경직성 심화는 산업간 임금격차를 확대시키는 한편, 노동 배분의 비효율을 야기한다. 나아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하락시켜 결과적으로 국내총생산까지 잠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고생산성·저생산성 산업간 노동이동의 경직성이 심화된 것으로 추정됐고 이는 산업간 노동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함으로써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를 일부 잠식했다"며 "지난 2002∼2010년 중 대비 2011∼2018년 중 평균 국내총생산은 실제 34.9% 증가했으나 노동이동 경직성 불변 가정시 37.8%로 증가폭이 확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시했다.
박창현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산업간 노동생산성(임금) 격차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노동력이 저생산성 산업으로 운집하는 것은 최근 노동시장의 비효율을 보여주는 주요 현상"이라며 "2010년 이후의 산업간 노동이동 경직성 상승은 산업 전반의 노동투입 효율 저해, 생산성 저하, 국내총생산 증가의 제약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성이 높은 업종에서 기술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이 업종으로 이직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졌고, 대졸자가 늘어 구직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아울러 생산성이 높은 업종에서 노동 수요가 둔화한 점도 배경으로 꼽았다. 지난해 금융·보험업 채용자 수가 2010년과 비교해 47.6% 감소했고, 같은 기간 IT서비스업은 14.1%, 제조업은 7.7% 줄어들었다. 기업의 노동 수요 감소 속에 이직 문턱이 높아지며 인적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치되지 못한 결과다.
보고서는 "노동시장의 구조변화가 진전됨에 따라 노동이동 비용은 향후에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노동이동 제약 완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구인·구직자 간 미스매치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